그러나 이 대박 IP의 원래 소유자는 넷플릭스가 아닌 소니였다. 케데헌은 원래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 내부에서 기획된 프로젝트였지만, 소니는 IP 전체를 넷플릭스에 넘기는 치명적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2025년, 전 세계가 넷플릭스의 콘텐츠 기민함을 칭찬하는 가운데, 이 대박 컨텐츠를 제작한 소니는 침묵하고 있다.

제작은 소니가 했는데 정작 성공은 배급사 넷플릭스로
온라인 매체 팝버스(Popverse)에 따르면 ‘케데헌’은 당초 2016년 소니 애니메이션 소속 한인 감독 매기 강(Maggie Kang)이 구상한 아이디어였다. 강 감독은 한국 신화, K-팝, 악마 사냥이라는 독특한 세계관을 토대로 한 여성 중심 액션 뮤지컬 애니메이션을 제안했고, ‘라이야와 마지막 드래곤’의 각본가 크리스 애펠한스가 공동 감독으로 참여했다.
이 프로젝트는 한때 소니 내부에서 기대작으로 분류됐지만, 2021년 결국 중단됐다. K-팝이라는 장르적 불확실성과 팬데믹 이후 극장 개봉 시장의 혼란이 결정을 이끌었다. 소니는 자신들이 만든 이 작품을 더 이상 끌고 가지 않기로 한 것이었다.
그러자 매기 강 감독은 넷플릭스에 이 프로젝트를 직접 피치했고, 넷플릭스는 곧바로 움직였다.
온라인 매체 더랩(The Wrap)에 따르면 2022년 배급권 협상에 착수한 넷플릭스는 2023년 2월, IP 전체를 소니로부터 인수했다. 소니로서는 통한의 패착이었던 셈이고, 넷플릭스는 희대의 대박 성공 베팅이었던 셈이다.
제작은 여전히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 맡았지만, 소니는 제작 외 모든 권리를 포기했다. 넷플릭스는 제작비를 부담하는 대신, 배급·저작권·속편 개발 등 모든 권한을 확보했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의 전략적 승부수, 소니의 뼈아픈 실책
결과는 명확하다. 넷플릭스는 단일 영화로 끝내지 않았다. ‘KPop Demon Hunters’는 공개 3일 만에 전 세계 50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고, 넷플릭스 내부에서는 이미 시즌 2와 스핀오프 TV 시리즈, 실사 뮤지컬 제작까지 가동 중이다.
특히 IP 수익화에 능한 넷플릭스는 ‘Huntr/x’ 가상 걸그룹의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실시간으로 스트리밍 연동하며, 글로벌 팬덤을 구축했다. 이로 인해 넷플릭스는 OTT 경쟁에서 ‘디즈니+ 대항마’로서 한 발 더 앞서 나가게 됐다.
반면, 소니는 고작 ‘제작 참여 크레딧’만 남았다. IP 확장 수익은 넷플릭스로 집중되며, 소니는 자신들이 키운 콘텐츠가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입장이 됐다.

소니의 내부 전략은 보수적이었다. 확실한 흥행이 보장된 ‘스파이더버스’ 시리즈에 집중하면서, 실험적 프로젝트는 밀려났다. 하지만 이 ‘실험’이 시장을 재편할 글로벌 IP가 될지는 아무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소니는 애니메이션 제작 역량은 뛰어나지만, IP 비전에서 넷플릭스에 뒤처진 셈”이라고 한 콘텐츠 투자 전문가는 평가했다. “이 사건은 콘텐츠 시대에서 누가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누가 ‘미래’를 보는가에 대한 교훈”이라고 덧붙였다.
케데헌이 글로벌 히트는 넷플릭스의 승리이자, 소니의 실책이다. 넷플릭스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미래를 사들였고, 소니는 단기적 안정에 매달려 글로벌 히트 IP를 손에서 놓치고 말았다. 소니가 두고두고 가슴 쓰릴 통한의 패작이었던 셈이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