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의 주택 거래가 기록적 침체 수준에 빠졌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레드핀이 발표한 2025 주택거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LA에서 실제로 팔린 주택은 1,000채당 11.5채로, 거래율이 1.15%에 그쳤다. 뉴욕시(1.03%)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지난해보다도 8.6% 감소했다.
전국적으로도 주택 거래는 수십 년 만의 최저 수준인 1,000채당 28채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LA는 이 중에서도 가장 극단적 시장 경직을 보이는 지역으로 지목됐다.
고금리 시대의 ‘잠김효과’… 판매자·구매자 모두 움직이지 않는다
가장 큰 원인은 주택 구매 능력의 붕괴다. 집값은 여전히 역사적 고가에 머물러 있고, 여기에 고금리가 겹쳐 대출 부담은 더 커졌다.
특히 팬데믹 기간 2%대 초저금리로 모기지를 확보한 기존 주택 소유자들은 집을 팔고 6%대 금리의 대출을 다시 받는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없다.
레드핀 측은 올해 들어 매물 자체는 늘었지만 구매자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 불안과 경기 불확실성이 잠재 구매자들을 관망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레드핀 경제연구 책임자 천 자오는 요즘 주택 시장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우려”라고 표현했다.
“많은 구매자들이 구매 여력에 대한 불안으로 계약을 포기하고 있다. 가격이나 금리 하락을 기다리며 시장에 나서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반대로 판매자들은 낮은 금리에 묶여 있거나 기대보다 낮은 가격을 원치 않아 움직이지 않는다. 양쪽 모두 머뭇거리니 거래량이 역사적 바닥까지 떨어진다.”

정치·세제 요인까지 얽혀 ‘집을 팔 이유’조차 사라져
레드핀 수석 이코노미스트 대릴 페어웨더는 캘리포니아 주택 시장을 고착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프로포지션 13을 꼽았다.
프로포지션 13은 1978년 제정된 재산세 제한법으로, 집을 팔기 전까지 재산세 인상폭을 최소한으로 억제한다.
즉 오래 거주한 주택 소유주일수록 신규 구매자보다 훨씬 낮은 재산세를 내며, 그만큼 집을 팔 유인이 사라진다. 이는 주택 옹호 단체들이 꾸준히 지적해온 주택 부족의 근본 원인과도 이어진다.
보고서에서도 그 영향은 명확하다. 전국에서 거래율이 가장 낮은 7개 도시 중 뉴욕을 제외한 6곳이 모두 캘리포니아다.
상위 7곳 낮은 거래율 도시 (1,000채당 거래 수)
- New York — 10.3
- Los Angeles — 11.5
- San Francisco — 13.2
- San Jose — 14.8
- Anaheim — 15.5
- Oakland — 15.9
- San Diego — 16.3

신규 주택 건설도 막혔다
LA는 신규 주택 공급도 쉽지 않다. 개발 가능한 땅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데다 규제 환경도 까다롭다. 공급은 늘지 않고 기존 주택은 시장에 나오지 않으니 거래는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면 버지니아비치, 웨스트팜비치, 탬파 등 동부 일부 도시는 1,000채당 30채 이상이 거래되며 활발한 거래율을 기록했다.
레드핀은 팬데믹 시기 폭발적으로 수요가 늘었던 선벨트 지역도 최근 몇 년 흐름이 둔화됐다고 덧붙였다.
<박성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