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에서 예상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적을 낸 공화당 내에서 책임 미루기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선거 결과가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는 것이 후보 선정이다.
케빈 맥러린 전국공화당상원위원회 집행 이사는 “후보와 유세가 문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 총무는 선거가 막 시작됐을 당시 일부 후보들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함으로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선거 책임자 릭 스콧과 충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매코넬은 두 사람이 선정한 후보들이 너무 급진적이어서 이기기 어려우며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시 스콧은 매코넬의 주장을 배격했고 트럼프는 매코넬을 원내대표에서 끌어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가 공화당 패배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은퇴를 앞 둔 팻 투미 상원의원은 “너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의 지역구에서 존 페터먼 민주당 후보가 메멧 오즈 후보를 이겼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패배의 큰 요인이 도널드 트럼프”라고 지적했다.
투미 의원은 트럼프가 다른 후보들을 배제하고 지목한 후보 더그 마스트리아노가 펜실베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패배한 것을 지목했다. 그는 “전국적으로 급진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후보들이 비 MAGA 공화당 후보들보다 득표율이 낮다. 이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화당 의원 모임 대표 사라 챔벌레인 의원은 “당이 트럼프에 대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와 공화당의 인공유산 허용 반대로 중도파 유권자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밀었던 후보들은 정치적 경험도 적어 치열한 후보 경선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 때문에 선거자금이 고갈돼 본선에서 선거유세를 제대로 못했다. 민주당은 이들이 급진적이라는 광고를 쏟아 부어 중도파 유권자들을 빼앗았다.
마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의 전 보좌관 그렉 넌지아타는 “트럼프 후보들이 이길 수 있는 선거에서 졌다. 트럼프가 약한 후보들을 뽑아 다른 곳에 쓸 수 있는 선거자금을 집중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후보들은 2020년 대선이 부정선거라는 주장과 이민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고 공화당 지원 단체들은 이들을 위한 광고에 자금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모두 헛일이 됐다.
공화당의 인공유산 반대도 중도 유권자들을 민주당 쪽으로 밀어낸 것임이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다.
저드 그렉 공화당 상원의원은 “많은 사람들이 경제가 나쁘기 때문에 공화당이 유리할 것으로 봤다. 유권자들이 트럼프, 인공유산 반대, 선거부정 음모론을 심판했다”고 말했다.
임신 15주 이후의 인공유산을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던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공화당의 부진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인공유산 반대 진영의 대표인 마조리 대널헬서는 펜실베니아 상원선거에서 패배한 오즈 후보를 지목하며 공화당 후보들이 인공유산 관련 민주당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일부 후보들이 비난을 당하면 머리만 모래에 파묻는 타조처럼 굴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선거 막판에 사회복지와 의료보험에 대한 공화당의 축소 공약을 비판한 것도 민주당이 선전할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일부 의원들이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