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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미 ‘빈손’에도 로제, 무엇을 챙겼나

트로피보다 값진 '주류의 증명'...LA 홀린 '록스타' 로제

2026년 02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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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노 마스, 블랙핑크 로제. (사진 = YG엔터테인먼트 제공)

보수적인 그래미의 ‘제너럴 필즈'(본상) 장벽은 여전히 높고 견고했다. 하지만 K팝 간판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겸 솔로가수 로제(ROSÉ·박채영)는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트로피보다 더 뜨거운 ‘증명’을 남겼다.

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제68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로제는 미국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함께한 글로벌 히트곡 ‘아파트(APT.)’로 3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나, 아쉽게도 고배를 마셨다.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등 제너럴 필즈(본상) 두 개 부문과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까지 노미네이트 되며 K-팝 여성 솔로 최초이자 최다 노미네이트 기록을 썼지만, 그래미의 선택은 다른 곳을 향했다.

그러나 현지 외신과 평단은 “트로피의 부재가 로제의 존재감을 가릴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로제가 보여준 것은 단순한 ‘후보’ 이상의 위상, 바로 주류 팝 시장을 관통하는 ‘아이콘’의 면모였기 때문이다.

“아파트 아파트”…LA 홀린 ‘록스타’ 로제
이날 시상식의 오프닝은 로제와 마스의 합동 공연이었다. 시상식 초반, 무대에 오른 두 사람은 전 세계를 강타한 술자리 게임 구호 “아파트 아파트”를 LA 한복판에 울려 퍼지게 했다.

백금발로 등장한 로제는 마스의 현란한 기타 리프에 맞춰 무대를 휘저으며 완벽한 ‘록스타’의 아우라를 뿜어냈다. 특히 노래 중간 마스의 볼에 기습 뽀뽀를 하는 퍼포먼스는 두 아티스트의 끈끈한 음악적 동지애와 여유를 보여주는 명장면이었다. 객석에 앉은 팝스타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리듬을 타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날 엠넷 시상식 중계를 맡은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는 “어떤 공연을 해도 시작과 끝이 중요하다. 록 스타 같다. 원래 곡도 록 베이스의 곡이지만 원곡보다 훨씬 강렬한 느낌이다. 하나의 밴드가 된 것처럼 무대를 뒤집어 놓았다. 흥겹게 축제를 즐기는 모습으로 인해, 올해 그래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곡과 무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룹 ‘블랙핑크’ 로제가 18일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협업으로 신곡 ‘아파트'(APT.)를 발매했다고 소속사 더블랙레이블이 밝혔다. (사진=더블랙레이블 제공)

애디슨 레이·배드 버니와 ‘찰칵’…가장 ‘핫’한 인맥
무대 아래서도 로제는 역시 ‘주인공’이었다. 소셜 미디어와 현지 커뮤니티에는 로제가 글로벌 톱스타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퍼 날라졌다.

로제는 ‘Z세대의 아이콘’인 틱톡 스타 겸 가수 애디슨 레이(Addison Rae)와 다정하게 셀카를 찍으며 친분을 과시했고, ‘재즈 요정’ 레이베이(Laufey)와는 서로를 끌어안으며 깊은 유대감을 보였다.

또한 이날 ‘스페인어 음반 첫 올해의 앨범’ 수상을 기록한 라틴 팝 슈퍼스타 배드 버니(Bad Bunny)와 대화를 나누며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은 로제가 이제 K-팝이라는 카테고리를 넘어 글로벌 팝 신(Scene)의 중심에 서 있음을 시각적으로 증명했다.

연습생 박채영에서 그래미의 로제로…서사의 완성
이번 그래미 입성은 로제 개인에게도, K-팝 역사에도 거대한 ‘성장 서사’의 방점이다.

뉴질랜드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자란 소녀 박채영은 오디션에 도전하지 않았을 경우 “25세가 되면 후회할 것”이라는 아버지의 권유로 16세에 홀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7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YG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이 됐지만, 가족과 떨어져 지낸 낯선 한국 생활은 눈물의 연속이었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갈 수는 없다”는 오기로 버틴 그는 2016년 블랙핑크로 데뷔, 코첼라 헤드라이너를 거쳐 마침내 그래미의 문을 두드리는 솔로 아티스트로 우뚝 섰다.

특히 ‘아파트’는 로제가 작사·작곡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투영한 곡이다. 한국 문화를 녹여낸 게임에 영어 가사와 해외 팝스타와 협업을 더해, K-팝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을 받는다. 이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라는 ‘기획된 스타’의 껍질을 깨고, 스스로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으로서의 가치를 그래미가 인정한 셈이다.

이에 따라 이번 그래미 수상은 불발됐으나, 로제는 자신의 가치는 충분히 입증했다는 평이 나온다. K-팝이 더 이상 변방의 서브컬처가 아니며, 자신 또한 누군가의 기획이 아닌 스스로 빛나는 별이라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로제는 오는 27일 블랙핑크가 발매하는 미니 3집 ‘데드라인’을 통해 또 다른 각인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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