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압도적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미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빠르게 치고 올라오면서 2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아직 트럼프와 격차는 크지만 2개월 남은 첫 경선 투표에서 헤일 리가 얼마나 많은 지지를 받을지가 주목되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현지시간) 헤일리 후보가 매우 비중이 큰 아이오와주에서 지지율이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제치고 2위로 나섰으며 뉴햄프셔주와 고향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도 선두 자리를 굳히는 추세라고 전했다.
헤일리 후보는 트럼프가 불참한 공화당 후보 토론회에서 맹활약을 펼치면서 돈 많은 후원자들의 주목을 끌고 유세 청중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WP는 그러나 헤일리 후보가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공화당내 트럼프에 대한 지지도가 요지부동인 점이 가장 큰 과제다. 특히 역대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뒤늦게 지지율이 오른 후보들이 결국은 경선에서 패배한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밖에 디샌티스 후보가 전국적으로는 아직도 헤일리 후보를 앞서는 상황이다.
헤일리 후보의 선거 캠프는 고향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트럼프에 맞먹는 득표를 해야 경선을 계속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헤일리 후보 선거자금 모금 전략가인 마크 해리스는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많은 표를 받으면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많은 표를 받을 수 있다”면서 아이오와주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디샌티스보다 헤일리가 여러 차례의 기회가 있음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헤일리는 뉴햄프셔 유세에 힘을 쏟는 중이다.
헤일리는 트럼프가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을 것이라고 공격해 왔다. 트럼프는 헤일리를 “새 대가리(birdbrain)”라고 조롱하면서 간간이 공격하고 있으나 아직은 디샌티스를 공격하는데 더 집중하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시절 중국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던 행보가 현재 강경 대외정책을 강조하고 있는 헤일리 후보를 공격하는 주요 포인트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력한 지원 입장도 다른 후보들로부터 공격당하고 있다.
디샌티스는 헤일리가 너무 물러터져서 공화당 후보로 적절하지 않다고 공격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헤일리 후보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시절 강간당한 사람의 임신중절도 임신 6주가 넘을 경우 금지한 사례 등을 들어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의 줄인 말) 극단주의자로 비판한다.
헤일리는 자신이 경선에 뛰어들기 전까지 과소평가된 인물이라면서 경쟁자들에게 “반격할 것”을 경고했다. 토론회에서 헤일리는 성차별적으로 비쳐지는 다른 후보들의 공격에 날카롭게 반발했다.
“헤일리 때문에 공화당을 다시 지지한다”
지난 20일 헤일리 유세에 참가한 청중들 가운데 헤일리를 처음 본다는 사람이 절반이 넘는다. 트럼프와 디샌티스가 싫어서 유세에 왔다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헤일리와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 중 누구를 지지할 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한 청중이 헤일리에게 크리스티 후보를 러닝메이트로 삼을 수 있느냐고 물었으나 헤일리는 답하지 않았다, 반면 크리스티 후보는 헤일리와 동맹을 맺을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최근 WP와 몬머스대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뉴햄프셔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트럼프가 46%, 헤일 리가 18%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나타났다. 크리스티 후보가 11%로 3위, 디샌티스는 7%로 4위였다.
뉴햄프셔의 경우 비공화당 유권자들도 공화당 후보 경선에 투표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또 임신중절 규제가 약한 곳이어서 헤일리와 크리스티 후보에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햄프셔 무당파 유권자라는 코린 풀런은 트럼프를 “허풍선이 어릿광대”라고 했다. “트럼프 이전까지 공화당원이었다”는 그는 “헤일리 때문에 공화당 유세에 나왔다”고 했다. 그는 “지난 번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이번에는 헤일리를 지지할 것”이라며 “헤일리가 따듯한 모성으로 미국을 다시 단결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백인 노동자 계층의 공화당 지지자가 많은 뉴햄프셔에서 크게 승리했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는 지난 8일 재향군인회의 날을 맞아 뉴햄프셔에서 유세하면서 자신에 대한 반대자들을 “해충”이라고 묘사해 파시스트 독재자라는 반발을 샀다.
아이오와주의 지지율 급등으로 주목
뉴햄프셔주 경선에 앞서 아이오와주에서 투표가 있을 예정이다. 지난달 여론조사에서 헤일리와 디샌티스가 각각 16%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는 43%였다. 보수성향이 강한 이 곳에서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하던 헤일리의 지지율이 크게 오른 것이다.
헤일리는 트럼프나 디샌티스에 비해 아이오와주 유세를 중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정된 선거운동원과 조직력을 감안하면 유세 청중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트럼프를 대신할 수 있는 후보를 기대하는 아이오와주 공화당 유권자들의 절대 다수가 헤일리와 디샌티스 중 한 사람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힌다.
추수감사절을 맞아 디샌티스 후보 진영이 헤일리 후보를 공격하는 100만 달러 광고를 준비하고 있다. 디샌티스 진영은 헤일 리가 트럼프 지지자들로부터 지지를 끌어낼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디샌티스 후보 진영 한 단체 책임자인 크리스틴 데이비슨은 “헤일리는 트럼프 반대자다. 월스트리트 기득권자들이 그를 지지한다. 그러나 헤일리는 그 이상 나아갈 수 없다. 결국 트럼프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디샌티스를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돈많은 기부자들이 헤일리 주시
초기 경선이 이뤄지는 주들에서 헤일리가 선전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트럼프에 반대하는 부유한 공화당 기부자들이 주시하기 시작했다.
헤일리와 디샌티스의 선거 자금 모금 경쟁이 최근 두달 동안 치열해졌다. 폴 싱어 켄 그리핀, 켈리 크래프트와 조 크래프트 부부 증 부유한 기부자들이 참여하는 미국기회동맹이라는 단체를 상대로 헤일리 후보와 디샌티스 후보가 자신의 대통령 당선 전략을 설명하기도 했다.
켈리 크래프트는 헤일리처럼 트럼프 정부에서 유엔 대사를 지낸 인물이다. 남편은 경선 후보 중 지지하는 사람이 아직 없지만 부부가 몇 주 뒤 헤일리 자금 지원 모임을 주선할 예정이다. 이 부부는 지난 9월 디샌티스 후보 자금 모임을 열어 30만 달러를 지원했다.
시타델사 CEO 그리핀은 이번 대선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오다가 최근 헤일리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헤일리에 대한 자금 지원을 결심하기 직전이라고 밝혔다.
뉴욕 변호사로 주요 정치자금 지원자인 에릭 르바인도 헤일리를 위한 자금 모금을 하고 있으며 내달 초 뉴욕시에서 모임을 주최할 예정이다. 그는 또 아이오와주 유권자들을 향해 헤일리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