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이 살고 있는 이웃집을 향해 마당에서 십자가를 불태운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한 백인 연인이 인종 차별 혐의로 연방수사국(FBI)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21일 AP통신에 따르면 FBI 수사관들은 지난 20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콘웨이에 있는 워든 에반더 버틀러(28)와 알렉시스 페이지 하트넷(27)의 집을 수색했다. 이들은 지난 추수감사절 주말, 이웃집을 향해 십자가를 불태운 것으로 전해졌다.
케빈 휠러 FBI 대변인은 “십자가가 불태워지는 장면과 이웃으로부터 반복되는 위협을 당하는 현장을 백인 연인의 이웃인 흑인 부부가 동영상으로 촬영했다”라고 밝혔다. 당시 십자가를 불태운 버틀러와 하트넷은 괴롭힘 혐의로 체포되었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호리카운티 경찰서에 따르면 경찰관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십자가에는 불이 붙어 있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피해자의 집을 향해 세워져 있었다. 흑인 이웃인 숀 윌리엄스와 모니카 윌리엄스는 지역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불타는 십자가가 울타리에서 약 2m 떨어진 곳에 있었다”라며 “이번 사건을 통해 이 동네로 이사 온 것을 후회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윌리엄스는 “우리에게 신체적 위해를 가하겠다고 위협하는 인종 차별주의자를 이웃으로 두고 계속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백인 연인 중 한 명이 흑인 부부를 향해 반복적으로 인종 비하 발언을 하는 장면이 경찰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들은 또한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에 흑인 부부의 주소를 공유하며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는 게시글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피해자의 인종이나 기타 신분을 이유로 한 증오 범죄에 대해 추가 처벌을 내리지 않는 미국 내 두 개 주 중 하나이다. 모니카 윌리엄스는 AP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사건이 증오 범죄에 대한 법의 필요성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라며 “우리 부부는 인내심을 갖고 정의가 실현될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십자가를 불태우는 것은 ‘큐클럭스클랜(KKK)’과 같은 백인우월주의 단체들이 흑인과 유대인을 위협하기 위해 시행하는 전통적인 협박 수단이다. 지난 3월에는 미시시피주에서 한 남성이 이웃 흑인을 협박하기 위해 자기 집 마당에서 십자가를 불태운 혐의로 징역 42년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