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 헤일리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가 지지율 급상승으로 돌풍을 일으키면서, 당내 남성 후보들이 거센 성차별 공격으로 견제에 나서고 있다.
27일 워싱턴포스트(WP)는 헤일리 후보가 지지율 상승세 속 공화당 남성 경쟁자로부터 성차별 공격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화당은 역대 대통령 후보로 여성을 지명한 이력이 없을 만큼 여성의 고위 공직자 진출에 뒤떨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당내 환경 속에서 남성 후보들은 헤일리 후보가 여성인 점을 부각하며 성차별 공격을 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헤일리 후보를 “야망이 지나치게 큰 새대가리”라고 헐뜯었으며, 생명공학 기업가 출신 후보인 비벡 라마스와미는 헤일리를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비교하며 “헤일리는 ‘정체성 정치 정당'(민주당)으로 가야 한다”고 몰아세웠다.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슈퍼팩은 30초 분량 TV 선거광고에서 “클린턴은 헤일리의 롤 모델이자 공직에 출마한 이유”라며 헤일리 후보를 클린턴 전 장관과 연결지어 비방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헤일리 후보는 그간 클린턴 전 장관이 자신의 공직 출마에 영감을 줬다고 말해왔지만, 정책적으로 분명히 다르다는 점을 밝혀왔다.
WP가 주요 초기 경선지역의 공화당 유권자, 활동가 및 관계자 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선 여성 후보 부상에 대한 우려 섞인 상반된 의견이 공화당 내 공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오와주의 한 헤일리 후보 지지자는 자신의 형제 중 한 명이 “난 여성을 대통령으로 뽑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며, 헤일리 지지자들이 여성 혐오를 악용한 경쟁 후보들의 공격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헤일리 후보는 남성 경쟁자들의 공격을 일축하고, 유일한 여성 후보로서 자신의 입지를 강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헤일리 후보는 지난 6일 앨라배마에서 열린 4차 토론회에서 경쟁자들의 공격에 대해 “여러분들의 모든 관심을 사랑한다”고 말하며 대응했다.
보수 여성의 고위직 선출을 위한 단체 이사를 맡은 바버라 콤스톡 전 공화당 하원의원은 “트럼프가 라마스와미를 ‘지나친 야심가’라고 비판하는 걸 상상해 보라. 이건 여성에게만 적용되는 말”이라며 “여성 혐오가 만연한 정당에서 헤일리는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예전 공화당이었다면 (성차별 공격에) ‘말도 안 된다’고 할 남성들이 많았을 것”이라며 “트럼프는 모든 사람의 내면에 있는 여성 혐오를 드러냈고, 그 때문에 많은 남성들이 이젠 대놓고 말할 수 있게 됐다”고 맹비난했다.
헤일리 후보는 미 최초 아시아계 여성 주지사로, 연방 행정부에서 근무한 최초의 인도계 미국인이다.
아메리칸 리서치그룹이 지난 14~20일 뉴햄프셔주 공화당 예비경선에 참여 가능성이 있는 유권자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29% 지지를 받아, 33% 지지 응답을 받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4%포인트 차로 바짝 추격했다.
여론조사의 오차율은 ±4%로 헤일리 지지율이 트럼프 지지율의 오차 범위 안에 들어온 건 처음이다. 헤일리는 보수 성향의 억만장자 찰스 코크가 이끄는 정치단체 ‘번영을 위한 미국인들(AFP)’의 지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