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하원의장 출신인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원이 친(親) 팔레스타인 시위가 러시아와 연계됐을 것으로 의심된다며 미 연방수사국(FBI)에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펠로시 의원은 28일(현지시간) CNN의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에 출연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언급하며 일부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러시아와 연계돼 있다”고 말했다.
펠로시 의원은 “그들이 휴전을 요구하는 건 푸틴 대통령의 메시지”라며 “실수하지 마라. 이건 (푸틴 대통령이) 보고 싶어 하는 것과 직접 관련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시위대 중 일부는 자발적이고 유기적이며 진지하다고 생각하지만, 일부는 러시아와 관련 있다”며 “아시다시피 전 오랫동안 이 문제를 지켜봐 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반전 시위가 러시아 소행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며 “일부 자금 조달에 대해 조사 필요성이 있어 FBI에 수사를 요청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이슬람계는 즉각 비판에 나섰다. 팔레스타인 난민 출신인 니하드 아와드 미·이슬람 관계위원회 위원장은 성명을 내 “펠로시 전 하원의장 발언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가자지구 휴전을 요구하는 일부 미국인들이 푸틴과 협력하고 있다는 주장은 망상처럼 들리며, 아무런 근거 없이 시위대를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은 완전히 권위주의적”이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펠로시 전 하원의장과 다른 정치인들은 근거 없이 미국인들을 러시아 협력자로 매도하는 대신, 가자 주민들에 대한 네타냐후 정부의 대량 학살 전쟁을 중단하라고 촉구함으로써 미국 국민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필라델피아=AP/뉴시스] 지난해 12월16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 시청 앞에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휴전을 촉구하는 모습. 2024.01.29.
[필라델피아=AP/뉴시스] 지난해 12월16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 시청 앞에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휴전을 촉구하는 모습. 2024.01.29.
펠로시 의원 측 대변인은 이후 펠로시 의원이 평화적 시위의 권리를 지지하고 옹호해 왔다고 해명에 나섰다.
다만 “하원 정보위원회에서 30년간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외국 적들이 어떻게 미국 정치에 개입해 분열을 조장하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고 있다”며 “올해 대선을 앞두고 추가 조사를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2021년 3월 미국 정보기관은 보고서에서 러시아 정부가 2020년 대선에 개입해 조 바이든 대통령을 깎아내리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기 위해 허위 정보를 대량 확산시켰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