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들의 조 바이든 대통령 대선 후보 사퇴 압박이 커지면서 민주당 전당대회의 후보 지명 일정이 1주 연기됐으며 이에 따라 민주당 유력 의원들의 사퇴요구가 더 거세질 것이라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 주말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가 있은 직후 잠시 소강상태였던 바이든 후보 사퇴 논의가 다시 활기를 띄고 있다.
또 후보 사퇴를 완강히 거부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의원들과 대화 도중 화를 내면서 벌어진 격한 토론의 세부 내용들도 공개되고 있다.
AP 통신과 NORC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원의 거의 3분의 2가 바이든의 후보 사퇴를 바란다. 민주당 의원들은 바이든의 정치적 입지 약화로 하원과 상원 선거에서도 패배할 것을 우려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의원들이 민주당 지도자들에게 이르면 다음 주부터 시작될 예정인 바이든 후보 확정을 위한 화상 투표를 취소하라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와 하킴 제프리 하원 원내총무가 화상 투표 시작을 연기하는데 동의했다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이어 민주당 당규위원회 공동의장으로 후보 지명 일정과 절차를 결정하는 팀 월츠 미네소타 주지사가 지난 16일 젠 오말리 딜런 바이든 선거본부장에게 전화해 화상투표가 연기될 것임을 알렸다고 한 소식통이 전했다.
압박에 굴복한 민주당 전국위원회(DNC)가 17일 화상 투표가 8월 첫 주에 시작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배후에서 사퇴 요구 의원들 격려
바이든 사퇴를 가장 강력히 요구하는 민주당 의원은 상원의원으로 출마한 애덤 시프 하원의원과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다.
시프 의원은 “우리 나라가 기로에 놓였다. 트럼프가 재선하면 우리 민주주의의 기초가 훼손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11월 트럼프에게 승리할 수 있을지 크게 우려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17일 BET 뉴스와 인터뷰에서 의사가 의학적 이유로 사퇴해야 한다고 해야만 사퇴할 것이라고 말해 사퇴 의사가 없음을 강조했다.
재러드 허프먼 하원의원은 민주당 동료 의원들의 압박으로 DNC가 바이든 후보 지명을 늦춘 것은 “긍정적 조치”라고 밝혔다.
그는 화상 투표를 22일 시작하는 것에 항의하는 서한에 서명하도록 수십 명의 민주당 의원들을 설득했다고 덧붙였다.
시프 의원과 허프먼 의원의 배후에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있다는 시각이 있다. 펠로시 의원의 측근은 펠로시 의원이 공개적으로 나서지는 않지만 바이든 비판자들이 거는 전화를 받으면서 자신의 견해를 조용하게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하원의원 20명과 상원의원 1명이 공개적으로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물론 의회 선거에서도 패배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는 의원들이 더 많다.
이 같은 우려가 바이든 대통령과 신민주연합 소속 중도 의원들 사이의 격한 화상 회의에서 불거졌다. 의원들이 대선 승리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자 바이든이 크게 동요한 것이다.
“믿을 만한 최고 사령관 원한다”는 의원에 “어찌 감히…” 버럭 화내
회의 기록에 따르면 제이슨 크로우 하원의원이 “미국인들은 힘과 활기를 보이면서 국내외에 신뢰를 받는 최고사령관을 원한다”며 “내 지역구의 많은 유권자들이 당신이 두 번째 임기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하고 있다. 그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크로우 의원은 이어 “큰 변화가 없으면 11월에 패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바이든 대통령이 크로우 의원에게 화를 내면서 “내가 외교정책에서 전 세계 최고로 유능한 지도자가 아니라는 외국 지도자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하원 군사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애덤 스미스 하원의원은 당시 상황에 대해 “기본적으로 감히 어떻게 그런 질문을 하느냐는 식이었다.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스미스 의원은 “바이든이 사퇴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이들이 앞으로 3,4일 동안 사퇴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않으면 바이든을 후보로 지명하지 않으려면 민주당 당규를 서둘러 개정해야 한다. 4600여 명의 전당대회 참가 각주 대의원들은 대부분 바이든 지지 투표를 할 의무가 있다.
민주당은 지난 5월 8월19일 시카고에서 개최되는 전당대회에 앞서 화상투표를 통해 바이든을 후보로 확정한다는 방침을 정했었다. 오하이오 주에서 8월7일 이전에 대선 후보를 확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오하이오 주의회가 이후 마감시한을 9월1일로 늦추기로 결정했으나 이 결정의 효력은 9월1일 이후에야 발생한다.
허프먼 의원 등은 오하이오의 후보 선출 마감시한은 법적 문제를 야기하지 않기 때문에 무시해도 좋다는 의견이다.
민주당 당규위원회가 18일 대선 후보 선출 절차 등과 관련한 당규를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