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8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 지출을 확대하지 않을 경우 취임 즉시 탈퇴할 수 있다고 재차 위협했다.
아울러 불법 이민자 강제 추방에 대해서도 범죄 이력이 있는 이들부터 내보내기 시작해 적용 범위를 늘려갈 것이며, 출생시민권 제도도 폐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또한 갈등을 빚고 있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 대한 사임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다고도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NBC방송 ‘미트더프레스’ 진행자 크리스틴 웰커와 북미·유럽 안보공동체인 나토, 출생시민권 제도, 관세, 불법 이민자 추방 등 광범위한 의제에 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나토, 방위비 지출 확대하지 않을 시 탈퇴 고려…우크라 지원 줄일 수도”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의 나토 가입 유지’와 관련한 질문에 “그들(나토)가 비용을 지불한다면 물론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맹을 철저히 손익 기반으로 평가하는 트럼프 당선인은 재임 기간 나토를 비롯한 주요 동맹에 ‘무임승차론’을 주장, 방위비 인상 등 기여분 확대를 요구해 왔다. 나토 회원국 탈퇴를 거론한 전력도 있다.
아울러 트럼프 당선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할 수만 있다면” 적극적으로 전쟁을 끝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취임 이후 우크라이나가 미국으로부터 군사 지원을 많이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출생시민권 폐지 목표…불법체류 가족 있는 시민 추방될 수 있어”
트럼프 당선인은 또 내년 1월20일 취임 당일 출생 시민권 제도를 폐기하겠다고 전했다. 출생 시민권 제도는 미국에서 태어나는 경우 자동으로 미국 시민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뜻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이 유일하게 출생시민권 제도를 가지고 있는 나라라며 “우스꽝스럽고, 이를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NBC는 “의회도서관 검토에 따르면, 캐나다와 브라질을 포함해 30개국 이상이 출생 시민권을 제공한다”며 트럼프 당선인의 주장에 반박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부모가 불법 이민자들이고 아이는 출생시민권 제도로 ‘합법적 미국인’이라 할지라도, 해당 가족 구성원 모두 추방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부모는 불법 이민자지만 아이는 합법적 미국 시민권자인 혼합 이민 가구가 400만 가구에 달한다’는 질문에 “가족을 흩어버리고 싶지 않다”며 “그를 위한 유일한 방법은 그들을 모아두고 모두 돌려보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은 어린 시절 미국에 들어온 불법 이민자, 이른바 ‘드리머’들이 미국에 체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민주당과 협력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드리머란 어릴 적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미국으로 건너와, 20년 이상 합법적으로 미국에서 거주하며 일한 사람들을 뜻한다.
아울러 트럼프 당선인은 불법 이민자 강제 추방 계획에 대해 범죄 이력이 있는 자들부터 내보내기 시작할 것이며, 차후 “범죄자 외의 사람들”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그는 어떤 범죄가 포함될지에 대해선 상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우리는 범죄자들을 우리나라에서 몰아내야 한다”며 “하지만 우리는 범죄자들부터 추방을 시작할 것이고, 이후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에게 사임 요구할 계획 없어”
트럼프 당선인은 파월 연준 의장에게 사임을 요구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파월 의장의 임기를 단축하고 그를 대체하려고 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 그럴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진행자인 웰커가 재차 ‘지금은 그럴 계획(사임 요구)이 없나’라고 묻자 “그렇다. 그럴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행정부 초기인 2018년 2월 파월 의장을 연준 수장으로 임명했으나, 임기 내내 파월 의장을 위시한 연준의 금리 인상 정책을 강력 비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의 1기 집권 기간 연준이 금리를 낮추지 않아 달러 강세로 미국 경제가 악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정권이 바뀌며 두 사람의 신경전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보였으나, 트럼프 당선인이 올해 대선 공화당 후보로 나서며 갈등은 재점화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대선 기간 중에도 연준이 민주당을 돕기 위해 대선 전 금리 인하에 나섰다고 비난했다. 지난 2월엔 자신이 재집권 시 파월 의장을 재임명하지 않겠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파월 의장은 이 같은 트럼프 당선인의 해고 압박에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사퇴를 요구할 경우 물러날 것인지’ 묻는 기자 질문에 “아니오(NO)”라고 짧게 답했다.
또 ‘미국 대통령이 연준 의장을 해고하거나 강등할 권한이 있느냐’는 질문엔 “아니다.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취임 즉시 ‘1·6 대선전복 사건’ 피고인들을 즉각 사면할 것”
트럼프 당선인은 내년 1월20일 취임 즉시 ‘1·6 대선전복 사건’ 피고인들에 대한 사면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사건은 2021년 1월6일 트럼프 당선인의 지지자 수백명이 2020년 대선 패배에 불복, 조 바이든 대통령 의회 인준을 방해하기 위해 의회에 난입한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인명피해도 발생했는데 트럼프 당선인은 사실상 난입을 종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해당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고 수감된 지지자들이 “지옥에서 살고 있다”고 표현하며, 취임 첫날 이들에게 법적 구제책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매우 빠르게 행동할 것이다. 첫날이다”라며 “그들은 수년 동안 거기에 있었고, 그들은 더럽고 역겨운 곳에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법무부를 자신의 정적(政敵)으로 돌리고 싶지 않다며, 해당 사건을 조사한 하원 위원회의 일부 위원들이 “감옥에 가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외에도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관세 정책으로 미국 소비자들 더 높은 비용을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물가 상승이 이뤄지리란 보장은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