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바이든 행정명령 폐지’…美우선주의 무역 천명 파리기후협정 재탈퇴…공격적 에너지 정책 예고
틱톡금지법 유예, 선천적 시민권 제한 등 反이민 연방정부 대대적 개혁…’멕시코만·디날리산’ 개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 취임 첫날부터 100건에 달하는 행정명령과 각종 조치를 쏟아냈다.
1호 ‘바이든 행정명령 78개 폐지’를 시작으로 파리기후협정 재탈퇴 등 1기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되돌려놨다.
이민자 유입을 막기 위해 남부 국경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는 한편, 연방정부에 대한 대대적인 칼날도 빼 들었다. 틱톡 금지법은 75일간 유예했다.
1호 행정명령은’ 바이든 지우기’…쿠바 테러지원국 재지정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입성 전 캐피털 원 아레나에서 2만 관중이 모인 가운데 행정명령 일부에 서명했다.
1호는 바이든 정부의 78개 행정명령 철회였다. 쿠바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도 포함됐다.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을 대상으로 폭력 행위를 한 유대인 정착민에 대한 제재도 해제했다. 인공지능(AI) 위험을 모니터링하는 규제 조치도 철회했다.
‘美우선주의’ 무역 기조 천명…내달 1일 캐나다·멕시코에 25% 관세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로 이동해 각종 행정명령에 대거 서명했다. 무역 관행 조사에 착수하고 캐나다·멕시코·중국에서 유입되는 이민자와 마약 흐름도 조사하도록 했다.
2020년 체결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대한 중국의 준수 여부를 평가하고, 관세 징수를 담당할 ‘세외수입청’ 신설도 지시했다.
취임 첫날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보편 관세 부과는 내달 1일로 연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 서명 중 받은 언론 질의에서 “멕시코와 캐나다의 경우 (관세를) 25%로 생각하고 있다”며 시점은 “각각 2월1일이 될 것 같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모든 수입품에 최대 20%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중국산 제품엔 60%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국가 안보 관련 관세 필요성을 평가하라는 행정명령도 내렸다.
파리기후협정 재탈퇴…공격적 에너지 정책 예고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기후협정에서 재탈퇴했다. 파리협정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하로 유지하고 1.5도로 억제하자는 목표로, 기후 변화에 대한 국제사회 공동 대응의 상징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시절인 2020년 11월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했다. 이후 바이든 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재가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협약이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 사용을 제한하고 선진국에 더 많은 책임을 지운다고 주장해 왔다.
이밖에도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 선포 ▲해양 시추 금지 조치 취소 ▲전기차 의무화 폐지 ▲알래스카 석유·가스 시추 확대 허용 ▲일부 가전제품 에너지 효율 규제 폐지 ▲남부 캘리포니아의 극단적 환경주의 중단 등 공격적인 에너지 정책도 지시했다.
국경에 ‘국가 비상사태’ 선포…선천적 시민권 제한
이민자 유입을 막기 위한 행정명령도 대거 내렸다. 우선 남부 국경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해 국방부 자원을 추가로 활용하도록 승인했다.
신규 망명 신청과 미국 난민 허가 프로그램은 중단했다. 망명 신청자에 대한 멕시코 내 대기 조치를 부활하고, 국외 카르텔에 대한 국제 테러 조직 지정 방안 검토 지시도 내렸다.
미등록 이민자 자녀의 선천적 시민권 부여도 폐지했다. 부모가 미국에 불법 체류하거나, 어머니가 비자 등으로 일시적으로 미국에 체류하고 아버지가 비시민권자인 경우 적용된다.
다만 법률 전문가 사이에서 위헌적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법적 다툼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딥스테이트’ 공격 시동…머스크가 이끄는 ‘DOGE’ 설립 지시
연방공무원에 대한 칼날도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인이나 국가 안보 등 관련 직책을 제외한 연방정부 직원에 대한 추가 고용을 중지했다.
행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연방정부 차원의 추가 규제 도입도 금지했다. 연방정부 직원 전원에 대해 재택근무를 종료하고 사무실 복귀를 명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임기부터 연방 공무원들의 기득권 세력인 이른바 ‘딥스테이트'(deep state)가 존재해 국정 운영을 좌지우지한다는 음모론을 제기해 왔다. 이번 대선에서도 같은 주장을 이어갔다.
연방정부 개혁을 위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수장으로 한 정부 자문위원회인 ‘정부효율부'(DOGE) 신설을 예고했고, 이날 행정명령을 통해 DOGE 설립 및 실행을 지시했다.
멕시코만·디날리산 개명…1·6 사태 가담자 대거 사명·감형
영토 확장 야욕도 고스란히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으로, 알래스카 디날리산을 ‘매킨리산’으로 이름을 변경하라고 지시했다.
매킨리산은 윌리엄 매킨리(1843~1901년) 전 대통령 이름에서 땄다. 매킬린 전 대통령은 재선 후 제국주의적 행보에 불만을 품은 폴란드계에 암살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린란드가 “국제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며 “덴마크도 동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1·6 의회 폭동 가담자 1500여명 사면 및 감형 ▲세계보건기구(WHO) 재탈퇴 ▲사형제 부활 등도 명령했다.
취임식 날 성조기 게양도 지시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거하면서 모든 연방 기관은 국기게양법에 따라 30일간 조기를 게양해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서명한 행정명령 규모는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많다. 전임 바이든 전 대통령은 9건이었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0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임기 첫날 행정명령 한 건에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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