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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에서 17일 발생한 델타항공 여객기는 사고 당시 승객과 승무원 80명이 타고 있었지만 인명피해가 거의 없었다.
사고 이튿날 2명 외에는 22명의 부상자도 모두 퇴원했다.
미 언론은 지난달 워싱턴 포토맥강 상공에서 여객기와 군용 헬기 충돌로 67명이 사망하는 등 대형 인명피해 미국 여객기 사고가 잇따른 가운데 델타항공 사고는 ‘기적’에 가깝다고 전했다
활주로에 착륙 직후 동체가 뒤집어지고 불길에 휩싸인 상황에서도 신속한 대피와 구조가 이뤄진 과정 등 인명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는 요인들이 주목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승객 안전을 고려한 항공기 설계와 구조대와 승무원들의 빠르고 침착한 대응을 꼽았다.
영국 크랜필드대 항공 부문 책임자 그레이엄 브레이스웨이트는 “여객기의 좌석이 바닥에서 분리되지 않도록 하고, 안전벨트를 튼튼하게 제작한 것, 승객이 앞좌석에 부딪혔을 때 크게 다치지 않도록 표면을 부드럽게 만든 점 등이 이런 전복 사고 시 위험을 줄였다”고 말했다.
승객들은 거꾸로 뒤집힌 여객기의 윗부분에 박쥐처럼 대롱대롱 매달려 있어 동체 착륙에 따른 충격이 적었다. ‘안전벨트는 생명벨트’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한데다 벨트의 견고성도 돋보였다는 것이다.
많은 승객들은 사고 후 안전벨트를 매고 있다가 스스로 혹은 다른 승객이나 승무원의 도움으로 벨트를 풀고 내려와 탈출했다.
승무원들이 뒤집힌 여객기 내부를 분주히 다니며 승객들에게 “모든 것을 놔두고 비상구로 나가라”라고 외치는 등 침착한 대응도 돋보였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브레이스웨이트는 긴박한 상황에서 승무원들이 승객들에게 필요한 행동을 지시한 것이 혼란을 줄이면서 대피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승객들 상호간의 ‘동료 의식’이었다.
구급대원인 승객 피트 칼슨은 토론토에서 열리는 컨퍼런스에 가는 중이었다.
그는 “비행기가 날개 하나를 잃고 굴러간 후 객실에 뚜렷한 동지애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비행기에 탄 모든 사람이 갑자기 서로를 돕는 방법, 서로를 위로하는 것을 통해 매우 가까워졌고 그 정도도 매우 강했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승객들 일부는 서로의 안전벨트를 풀어주며 대피를 도왔다.
사고 현장에 신속하게 도착해 화재를 진압하고 구조를 펼친 공항의 비상 대응 요원들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델타 최고경영자(CEO) 에드 바스티안은 “전 세계 델타 가족의 마음은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과 함께 한다”며 “많은 델타 및 엔데버 팀원과 현장의 응급 대응자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바스티안은 “항공기를 대피시킨 엔데버 승무원과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의 응급 대응자, 공항 리더십 팀의 전문성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의 사장 겸 CEO인 데보라 플린트도 응급 대응자들의 ‘교과서적 대응’이 인명 손실을 막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추락 영상에는 조종사가 착륙 직전에 코를 들어 올려 날개가 더 많은 공기 저항을 받는 제트기의 일반적인 ‘플레어’가 나타나지 않는 것도 대형 사고를 줄였다고 CNN은 전했다.
CNN 항공 분석가이자 교통부 전 감찰관인 메리 스키아보는 “플레어를 전혀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행기 속도가 느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