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가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주로 부상했다. 그 중심에는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로의 대규모 인구 이동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리얼터닷컴(Realtor.com)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텍사스로의 이주는 해외 이민보다 캘리포니아에서의 이주가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하며, 텍사스 경제와 주택 시장 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대거 텍사스로 이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택 가격과 세금 부담 때문이다. 팬데믹 이후 캘리포니아의 집값이 폭등하고 생활비 부담이 증가하면서 많은 가구가 더 저렴한 생활비와 주택 비용을 찾아 텍사스로 눈을 돌렸다. 텍사스는 주택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소득세가 없는 등 경제적 장점이 두드러진다. 특히, 2024년 기준 텍사스의 매물 중 약 절반이 35만 달러 이하로 책정되어 있어 전국 평균인 40.1%보다 높은 저렴 주택 공급 비율을 보였다.
일자리 기회 또한 텍사스 이주의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던 기술 기업들이 텍사스로 본사를 이전하거나 지사를 확장하면서 고소득 일자리가 대거 창출됐다. 다니엘 헤일(Danielle Hale) 리얼터닷컴 수석 경제학자는 “팬데믹 이후 기술, 교육, 제조, 건설 분야에서 텍사스의 경제 성장이 두드러졌다”며 “이는 캘리포니아에서 유입된 인재들과 기업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엘론 머스크의 테슬라 본사 이전, 오라클과 휴렛팩커드의 이전 발표 등 대기업의 연이은 텍사스행은 현지 경제를 더욱 활성화시키는 촉매제가 됐다.
텍사스 주택 시장의 급성장 또한 캘리포니아 이주의 직접적인 결과다. 리얼터닷컴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미국 전체 신규 주택 허가의 15%가 텍사스에서 발급됐다. 이는 인구 비중 대비 두 배 가까운 수치다. 텍사스는 저렴한 가격대를 유지하기 위해 신축 주택 평균 크기를 전국 평균보다 작게 설계하며, 더 많은 가구가 구매할 수 있도록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팬데믹 초기 급등했던 집값은 공급 증가로 안정세를 되찾았고, 이는 다시 새로운 이주민들을 유입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했다.
렌트 시장에서도 캘리포니아 이주민들의 영향력은 뚜렷하다. 오스틴과 샌안토니오가 2024년 리얼터닷컴 선정 전국 상위 10대 렌트 시장에 이름을 올렸고, 오스틴은 최근 대학 졸업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도시 1위에 선정됐다. 이는 높은 캘리포니아 렌트비를 감당할 수 없던 청년층과 전문직 종사자들이 보다 저렴한 임대료와 넓은 주거 공간을 찾아 텍사스를 선택한 결과다.
텍사스의 급격한 경제 성장은 단순한 지역 발전을 넘어 미국 내 인구 재편성의 상징으로 평가된다. 2024년 기준으로 텍사스 내 주택 구매자 중 4명 중 1명은 타주 출신이며, 그 중 대다수는 캘리포니아에서 온 이들이다.
전문가들은 텍사스가 지속적인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을 통해 2045년까지 미국 최대 주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 전역에서 이어지는 텍사스행 이주는 단순한 이주 트렌드를 넘어 미국 내 경제 및 주택 정책의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현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급속한 성장은 새로운 과제도 안겼다. 집값이 전국 평균보다 저렴하더라도 현지 주민들의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또한 급격한 인구 증가로 인해 교통 혼잡, 교육 인프라 부족, 물가 상승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리얼터닷컴 보고서는 텍사스의 사례가 주택 공급 부족과 주거 비용 상승에 시달리는 다른 주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텍사스 모델은 빠른 인구 유입과 함께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가격 안정화를 이루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며 “이러한 전략이 전국적 주택 위기 해결에 참고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된 이주 물결은 텍사스의 지도를 바꾸고 있다. 높은 세금과 생활비에 지친 이들이 보다 나은 삶을 찾아 떠난 결과, 텍사스는 성장의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이 기회를 지속 가능한 발전으로 연결하기 위해선 소득 불균형 해소와 인프라 확충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텍사스의 선택과 대응이 미국 전역의 주택 및 경제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