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이 예산안 격돌에서 패배한 뒤 내홍에 휩싸인 가운데 척 슈머(뉴욕)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예정됐던 신간 행사를 취소했다고 17일) AP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야당 민주당의 무기력증과 내분이 임시 예산안 통과를 계기로 더욱 확산하는 분위기다.
슈머 원내대표 측은 안전 문제를 이유로 행사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슈머 원내대표는 당초 이번 주 메릴랜드, 뉴욕, 워싱턴DC, 펜실베이니아, 캘리포니아에서 자신의 저서 ‘미국의 반유대주의: 경고’를 홍보할 예정이었다.
앞서 슈머 원내대표는 공화당 주도 6개월짜리 임시 예산안에 반대했지만, 상원 표결을 앞두고 찬성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예산안은 국방 지출을 약 60억 달러(약 8조 7030억원) 증액하고 비 국방 지출은 130억 달러(약 18조 8560억원) 감축하는 내용이 담겼다. 불법 이민자 추방 관련 추가 예산을 책정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의 우선순위가 반영됐다.
슈머 원내대표는 “셧다운이 발생했다면, 트럼프와 DOGE 그리고 머스크에게 정부 폐쇄와 대량 해고의 기회를 줬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민주당에선 슈머 결정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도널드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는 의회에 정부 셧다운 또는 미국 전역의 노동자 가정 복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는 백지 수표라는 잘못된 선택을 부여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분명히 말하지만 둘 다 미국 국민에게 좋은 선택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누군가가 이런 선택권에 맞서는 대신 받아들인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진보 성향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도 “치명적인 실수였다”며 슈머 원내대표를 질타했다.
슈머 원내대표와 마찬가지로 뉴욕이 지역구인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은 “상원 민주당이 우리가 가진 몇 안 되는 지렛대를 무료로 넘겨주는 투표를 한 것은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민주당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CNN이 여론조사 기관 SSRS에 의뢰해 전날 공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국민의 민주당 호감도는 29%로 CNN 여론 조사에서 1992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공화당원과 공화당 지지자의 79%가 공화당에 긍정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