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는 주가가 6.87% 급락했다. 미국 정부가 중국 시장용 인공지능(AI) 반도체 칩 ‘H20 칩’에 대해 수출을 통제한 영향이다.
엔비디아는 전날 중국에 H20 칩 수출 시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미국 정부의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현 분기 55억 달러 비용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계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투자은행 UBS의 애널리스트 팀 아쿠리는 실제 H20 매출 약 130억 달러(18조4350여억원)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는 1월 종료된 회계연도에 데이터 센터 부문 1152억 달러(163조3650여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팩트셋 추산에 따르면 올해 해당 부문 매출은 약 182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H20 칩은 기존 미국 수출 통제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설계됐다. 중국 기업에 대한 고급 AI 프로세서 판매를 제한하는 규정인데, 엔비디아는 이에 맞춰 기존 H100 시리즈보다 성능을 낮춘 H20 칩을 출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로 저성능 칩조차도 중국 시장에 판매가 어려워졌다.
H20 칩은 엔비디아 전체 매출에의 13%를 차지해 비중이 크진 않다. 하지만 이번 규제로 최근 3년 동안 보인 성장세엔 제동이 걸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적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중국 고객사와 관계를 유지 노력에도 타격을 입게 됐다.
여기에 의회도 엔비디아 단속에 나서면서 상황은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하원 중국 특별위원회는 엔비디아의 아시아 지역 칩 판매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다.
위원회는 딥시크 관련 보고서에서 딥시크가 사용한 엔비디아 칩 6만개 중 2만개는 수출이 제한된 고성능 제품이라고 지적했다.
제이 햇필드 인프라 캐피털 어드바이저 최고경영자(CEO)는 “H20 규정 변경으로 엔비디아는 50억 달러를 잃었다”며 “이 일관성 없는 무역 정책이 기업에 엄청난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댄 이브스 웨드부시 증권 기술 연구 글로벌 책임자 등도 전날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AI 혁명을 주도하는 칩과 기업이 엔비디아뿐임을 알고 있다”며 “엔비디아는 중국에 대한 판매에 대규모 제한과 장애물에 직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