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세계대전과 대공황을 겪은 직후인 1945년 말, 국가 부채가 역사상 최고 수준인 총생산(GDP)을 초과했다.
현재 하원에서 논의되는 공화당의 법안이 채택될 경우 예산 전문가들은 미국의 부채가 GDP를 조만간 넘어서고 수십 년 동안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정부 부채는 전쟁, 경기침체 등 주요 충격 상황에서 크게 늘어나곤 했다. 실업률이 낮은 시기에는 재정 적자 규모가 작았다.
그러나 지금 미국은 전쟁 중도 아니며 경기 침체도 없는데 국가 차입 속도가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미 정부는 지난 20년 동안 세수보다 더 많은 지출을 지속해왔고 그로 인해 부채는 계속해서 증가해왔다.
의회예산국(CBO)는 부채 증가 속도가 현재 수준에서 유지될 경우 오는 2034년 부채가 GDP 대비 약 117%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 이는 1945년의 최고 기록을 초과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미 연방 정부와 공화당의 대규모 법안은 감세를 연장·확대하고, 국방비 지출을 늘리는 내용이다. 일부 지출 삭감으로 적자를 일부 상쇄해도 적자 폭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책임 있는 연방예산위원회는 새 법안이 시행될 경우, 2034년까지 부채가 GDP 대비 최대 129%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최근의 높은 금리로 인해 정부의 차입 비용이 늘어나면서 부채 증가 속도가 한층 더 빨라지고 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주 미국 정부 신용등급을 내리면서 빠르게 증가하는 부채 부담을 지적했다.
기술적으로 신용등급 하향은, 미국이 향후 부채를 상환하지 못할 위험이 더 커졌다는 신호를 의미한다.
경제학자들은 국가 부채가 지나치게 커질 경우 정부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채권자들이 미 정부의 원리금 상환 능력을 의심하면서 금리가 빠르게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은 금리는 경제 전반에 파급 효과를 미치며 금리 상승과 부채 누적이 맞물리면 팬데믹, 전쟁, 경기침체 등 중대 위기 상황에서 국가의 자금 조달 능력이 취약해질 수 있다.
나타샤 사린 예일대 예산연구소장은 미국의 부채가 위험 구간에 진입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 정부는 지난해부터 국방비나 의료보장 지출보다 더 많은 금액을 이자 비용으로 지출하기 시작했다.
미 정부가 마지막으로 균형 연방 재정을 운영해 부채가 줄어든 시기는 빌 클린턴 대통령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