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정부가 미국 우선을 내세우며 동맹국들을 압박하는 가운데 미 동맹국들이 상호 협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각종 무역 협정들과 군사 협약, 이스라엘 공동 제재 등,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이 미국을 배제한 채 상호 관계 강화를 위해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
트럼프 재선 뒤 국제 질서가 해체되면서 초강대국이 아닌 영국, 프랑스, 캐나다, 일본 등 “중견국”들이 주도하는 새 질서가 모색되고 있는 것이다. 중견국들은 산업화된 민주주의 국가이자 미국의 동맹국이고 다자적 규범을 지지하는 나라들이다.
캐나다 오타와대 롤런드 파리스 교수는 “미국이 국제 질서 해체를 방관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상황에서 중견국의 역할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중견국들이 상호 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캐나다 앨버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전후해 한층 더 뚜렷해질 전망이다.
G7 의장국인 캐나다 정부는 인도, 브라질, 멕시코 등 주요 국가 정상을 초청했다.
캐나다는 또 미국을 제외한 양자 및 다자 회담을 계획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야콥 펑크 기르케고르는 G7을 “G6+1으로 불러야 하지 않을까”라면서 “트럼프 정부가 서방 정치 및 군사 제도들을 무시, 멸시하는 상황에서, 유럽연합(EU)은 물론 영국, 캐나다, 일본 등도 다른 채널을 강화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 국가들과 캐나다가 새로운 방식의 협력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EU와 영국이 지난달 정상회담을 갖고 2020년 브렉시트 이후 양자 관계를 재조정한다고 발표했다.
또 캐나다와 영국은 EU와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EU가 군사력 강화를 위해 1500억 유로의 대출 프로그램을 운영키로 한 것이 계기다.
EU는 미국과 무역 분쟁에 대응해 다른 나라들과 정치 및 무역협상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들은 또 미국의 지지가 약해진 주요 국제 사안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노르웨이가 이번 주 가자 전쟁과 관련 이스라엘 극우파 장관 2명에 여행 금지 조치를 취하고 금융 자산을 동결했다.
지난달에도 영국, 프랑스, 캐나다가 가자지구의 인도적 참상과 관련 이스라엘을 강력히 비판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EU는 또 인도와 남미 국가 등 전 세계 주요 경제권과 무역 협정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로슈 셰프초비치 EU 무역담당 집행위원은 최근 소셜 미디어에 “우리는 협상한다. 우리는 고립되지 않는다”라고 썼다.
중견국들이 거대한 경제력과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미국을 단기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어렵다.
파리스 오타와대 교수는 캐나다의 목표는 미국을 대체하는 파트너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관계를 덜 위험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동맹국들에 대해 적대감을 드러낼수록 궁극적으로 동맹국들이 미국을 배제하는 변화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피터슨 연구소 기르케고르 연구원은 “‘아메리카 퍼스트’는 ‘외로운 아메리카’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