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상원 법안은 메디케이드 수혜 자격에 ‘근로 요건(work requirement)’을 신설하고, 자격 재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근로 능력이 있는 성인은 향후 혜택을 받기 위해 월 80시간 이상의 근로를 증명해야 한다. 단, 14세 미만 자녀를 돌보는 보호자나 장애인은 면제된다.
하원의 초안이 향후 10년간 6250억 달러의 연방 예산을 절감하고 760만명의 보험 상실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된 가운데, 상원안은 이보다 더 강력한 삭감안을 담고 있어 실제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할 수 있으면 메디케이드 자격 없다”
공화당은 이 조항을 ‘복지 남용 방지’로 규정하고 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 예산위원장은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일하지 않고 정부 지원에 기대는 구조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근로 요건이 현실을 무시한 접근이라고 비판한다. 카이저가족재단(KFF)에 따르면, 근로 능력이 있는 메디케이드 수혜자 중 약 60%는 이미 직장을 갖고 있거나 간병, 학업, 건강 문제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또 많은 저소득층 노동자들은 불안정한 시간제 일자리나 현금 노동을 하고 있어 공식적인 근로 기록 제출 자체가 어렵다.
서류 실수만으로도 탈락… 행정장벽 우려
자격 재심사 강화 조항도 메디케이드 탈락자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아칸소, 플로리다 등 일부 주에서는 단순한 서류 누락이나 갱신 지연만으로 수천 명이 메디케이드 자격을 잃는 일이 벌어졌다. 보건정책 전문가들은 “행정적 장벽이 실질적인 수혜 자격이 있는 사람들을 제도에서 밀어내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메디케이드 삭감, 지역 병원과 커뮤니티도 직격탄
메디케이드는 단순히 개인 보험의 문제가 아니다. 시골 지역의 중소병원과 커뮤니티 클리닉 등은 메디케이드 환자의 진료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삭감 조치는 지역 의료 시스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 뉴욕 등 다인종 저소득층 밀집 지역과 텍사스, 미시시피 등 남부 보수 성향 주에서도 메디케이드 의존 비율이 높은 지역사회는 경제적 여파도 피할 수 없다. 일부 주 정부는 자체 예산으로 부족분을 메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최고 소득층 감세와 저소득층 의료권 박탈의 거래”
민주당은 이 법안을 “부자 감세를 위한 저소득층 희생”이라고 규정했다. 리처드 블루멘탈 상원의원은 “트럼프의 입법안은 ‘아름다운 법안’이 아니라, ‘추악한 배신’”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고소득층은 연방세율 상승을 피하고, 팁 소득과 초과근무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을 받게 된다.
반면 의료권 박탈, 푸드스탬프 삭감, 이민자 단속 강화 등 사회안전망 전반에 걸쳐 큰 충격이 예상된다. 공화당 지도부는 자당 내 중도 성향 상원의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일부 완화 조치를 취했지만, 메디케이드 삭감 조항은 핵심으로 유지한 채 표결을 밀어붙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26일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번 법안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중요한 입법 중 하나”라며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메디케이드 삭감이 가져올 경제적·보건적 파장이 향후 정치적 역풍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