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엡스타인 문건’에 대해 질문하는 여성 기자에게 “조용히 해, 돼지야”라고 말하는 장면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던 중, 블룸버그 백악관 출입기자 캐서린 루시를 향해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한 영상을 보도했다.
해당 영상은 공개 직후 CNN 홈페이지 ‘가장 많이 본 뉴스’ 2위에 오르며 빠르게 확산됐다.
사건은 지난 14일 트럼프 대통령이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함께 짧은 질의응답을 하던 중 일어났다.
루시는 하원에서 ‘엡스타인 문건’ 공개 표결이 이뤄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을 던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엡스타인과는 오래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루시가 “문건에 범죄를 입증할 내용이 없다면 왜 이런 대응을 하느냐”고 이어 묻자, 트럼프는 말을 끊으며 손가락으로 가리킨 뒤 ‘조용히 해, 돼지야(Quiet, piggy)’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이크 태퍼 CNN 앵커는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역겹고 완전히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라며 영상을 공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성을 향해 모욕적인 언행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6년 알리시아 마차도 미스 유니버스 우승자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나에게 ‘미스 피기(Miss Piggy)’라고 부르며 살을 빼라고 강요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트럼프는 미스 유니버스 대회 소유주였다.
2018년에는 린 패튼 현 백악관 수석 소문이 에이프릴 라이언 백악관 출입 기자를 ‘미스 피기(Miss piggy)’라 부른 적이 있었는데, 이때 트럼프는 라이언을 ‘루저(loser)’라 조롱했다.
라이언은 이번 사건에 대해 “미국 대통령은 도덕적 지도자여야 하는데, 거리의 깡패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루시에게 “계속 질문하라. 당신이 완전히 옳았다”는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엘리사 리스 무뇨스 국제여성언론재단(IWMF)이사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여성 기자를 겨냥한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라며 “외모를 이용한 모욕은 여성 기자의 입을 막으려는 성차별적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백악관 관계자는 “해당 기자가 기내에서 동료들에게 부적절하고 비전문적인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행동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엡스타인과 관련한 정부 기록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안은 18일 의회를 통과해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