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평화 협상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 문제로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양국이 자정을 넘긴 시간 다시 대면 협의를 시작했다고 이란 언론이 보도했다.
이란 반(半)관영 타스님통신은 12일(현지 시간) 페르시아어로 “이란과 미국 협상팀이 조금 전 파키스탄 중재 하에 이슬라마바드에서 3자 협상 새로운 라운드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알리 바게리 카니 전 외무차관이 파키스탄 중재로 미국의 JD 밴스 부통령,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 재러드 쿠슈너와 마주하고 있다고 한다.
외신을 종합하면 대표단은 11일 오후 5시30분께 이슬라마바드 세레나 호텔에서 협상을 시작했고, 약 2시간 뒤 잠시 정회했다가 저녁 식사 후 협상을 재개했다.
양국은 4시간여 협상 후 ‘1단계(First phase)’를 마무리하고 양측 입장을 서면으로 정리해 교환하기 시작했는데, 호르무즈 해협 개방 관련 이견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교착이 이어졌다.
그러다가 자정을 넘긴 12일 오전 양국 대표단이 다시 마주앉았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양국간 협상은 서면 논의 시간 포함 8시간을 넘기고 있다.
타스님은 “‘미국의 과도한 요구’를 감안할 때, 이번 협상은 이란 대표단이 공동의 틀에 도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서 타스님은 협상 교착을 보도하면서 “미국이 문서 단계에서 반복적으로 과도한 요구를 제기해 진전을 방해하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 심각한 이견이 있다”고 전했다.
이란 국영 IRNA에 따르면 미국은 해협을 즉각 개방해야 한다는 입장을, 이란은 평화 체제를 최종 합의한 이후에 개방할 수 있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
앞서 이란 대표단은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의 사전 회담에서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인정 ▲해외 동결자산 해제 ▲전쟁 배상금 지급 ▲역내 휴전 4개 조건을 자국 ‘레드라인’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란 주장을 일축하고 ‘즉각 완전’ 개방을 요구해온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이란의 해협 봉쇄 위협 자체를 뒤흔드는 전략으로 장외 압박을 가했다.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날 해군 구축함 2척이 전쟁 발발 후 최초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페르시아만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중부사는 “기뢰를 완전히 제거하고 해협을 안전하게 만드는 임무의 일환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아라비아만에서 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란 통합사령부 카탐 알안비야는 “모든 선박 통행 주도권은 이란에 있다”며 미국 발표를 부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그들이 가진 유일한 수단은 ‘기뢰에 부딪힐 수 있다’는 위협뿐인데, 기뢰 부설선 28척은 모두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다”고 강조했다. 기뢰 위험만 제거하면 이란은 아무런 협상력이 없다는 취지다.
다만 양국은 또다른 핵심 현안인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에 대해서는 일부 진전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의 해외 자산 동결 해제 문제도 성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알자지라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이 남부 일부 지역으로 제한되고, 베이루트 추가 공격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미국은 이란 해외 자산 동결 해제에 동의했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양국이 이날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서 접점을 찾고 유의미한 결과물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뉴욕타임스(NYT)는 “기자들은 협상이 ‘심각한 이견’ 속에 계속되는 가운데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다만 “양국이 아직 외교적 돌파구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이란 국회의장이 미국 부통령을 직접 만났다는 사실 자체는 양국간 오랜 적대를 고려할 때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회담은 화기애애했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