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으로 미국에서 더 많은 게이와 남성 양성애자들이 헌혈할 수 있게 된다고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단독보도했다.
FDA(식품의약국)는 게이와 남성 양성애자 중에서 성관계를 약 3개월 만 자제한 사람도 헌혈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FDA는 몇 달 내 이 새로운 규정을 발표할 것이라고 계획에 정통한 소식통은 말했다.
앞서 수년 간 미국에서는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남성들이 헌혈하는 것을 금지해왔다. 이 같은 FDA정책은 1980년대 후천성 면역 결핍 증후군(에이즈·AIDS)이 유행되던 때 만들어졌다.
FDA는 지난 2015년 이 금지 정책을 해제했지만, 게이와 양성애자 남성들이 헌혈을 하려면 그 전에 1년 동안 성관계를 자제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로 혈액 부족이 발생하자 공무원들은 이 기간을 3개월로 단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단 헌혈에 앞서 개별화한 위험 평가를 완료해야 한다.
이번 계획은 약 1600명의 동성애자와 남성 양성애자를 대상으로 혈액을 안전하게 공급하는 데 (성관계 자제) 시간을 연기한 것이 효과적인지 여부를 조사한 뒤 나온 것이다. 이 연구는 미 적십자사를 포함 미국에서 가장 큰 비영리 혈액센터 세 곳에서 올초까지 수행됐다.
FDA관리들은 여전히 새로운 지침 관련한 초안을 작성하고 설문지에 어떤 내용을 포함할 지 결정짓는 중이라고 밝혔다.
FDA관계자는 “새로운 위험평가는 잠재적 기증자에게 지난 3개월 간 새로운 성관계 파트너가 있었는지 여부를 물을 것”이라며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헌혈에 자유롭겠지만 생겼다면 지난 3년간 항문 성교를 한 적이 있는지 등 질문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앞서 캐나다도 지난 9월 이와 비슷한 제도를 이미 채택한 바 있다. 다만 캐나다의 경우 헌혈 기증자는 병력과 여행, 성별, 성적 성향 등에 관계 없이 일률적인 위험평가 질문에 답하는 형태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보호되지 않은 항문 성교는 다른 형태의 성교보다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이 높다고 밝혔다. 3개월은 충분한 대기 시간이라고 봤다. 이 기간에 HIV에 감염됐는지 여부가 명백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성소수자(LGBTQ) 옹호 단체들은 수년 동안 미 혈액 정책을 차별적이라고 비판하며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남성들도 헌혈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학협회와 미 적십자도 이 정책을 바꿀 것을 요구했다.
휴먼라이츠캠페인의 법적 책임자인 세라 워빌로우는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남성을 선별하는 정책은 안전한 혈액 공급이란 목표를 달성하지도 못하면서 오명만 남긴다”고 비판했다.
미 적십자사 과학담당 부사장인 수전 스트래머 박사는 “정기적으로 헌혈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계절적으로 혈액 부족 현상이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녀는 비영리단체가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남성에 대한 정책 변경의 영향 관련 구체적인 데이터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