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짝퉁 천국’에서 ‘IP 보호국’으로?
중국의 캐릭터 인형 ‘라부부’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자, 중국 정부는 위조품 단속에 칼을 빼든 것인데, 이에 대해 “중국 기업에만 적용되는 배려(IP 보호)”라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최근 중국 세관은 약 4만9000개의 라부부 위조 인형을 압수했다.
라부부를 만든 중국 완구 기업 팝마트는 지난달 캘리포니아 중부지방법원에 라부부 위조품을 판매한 혐의로 세븐일레븐 본사와 주 내에 있는 8개 가맹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라부부는 지난해 4억 달러 이상 판매된 인기 캐릭터 인형으로, 지난주에는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마스크를 쓴 도둑들이 7000달러어치(약 968만원) 라부부를 훔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수익성 높은 라부부의 IP 보호를 위해 이례적 조치를 취하며 주목받고 있다. 지난 6월 중국 법원은 3D 프린터로 무단 복제한 라부부 인형을 판매한 업체에 1380달러(약 191만원)를 팝마트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WP는 “금액은 적지만, 팝마트가 지식재산권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면서도 “미국 기업에는 적용되지 않는 배려”라고 평가했다.
팝마트 등 중국 기업은 미국에서 상표 등록과 다양한 법적 수단을 통해 위조품을 막을 수 있는 반면, 미국 기업은 중국에서 같은 수준의 보호를 받기 어렵다.
지난해 미국 상공회의소 국제 IP 지수에서 중국은 55개국 중 24위였고, 미국은 1위였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무역 비밀 절도, 강제 기술 이전, 대규모 위조 등을 문제 삼아 중국을 ‘우선 감시국’으로 지정했다.
외국 기업이 중국에서 IP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는 전체 IP 소송의 1% 미만으로 극히 드물다. 설령 승소하더라도 배상금은 적고 판결 집행도 불확실하다.
2019년 CNBC 조사에 따르면 북미 기업 5곳 중 1곳은 전년도 중국 기업에 IP를 도용당했다고 답했다. 특히 중소기업의 피해가 심각했고, 미 의회는 중국의 IP 위반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과 홍콩은 미국으로 들어오는 위조·불법 복제품의 93% 이상을 차지하고, FBI는 중국의 IP 도용으로 미국 경제가 연간 최대 6000억 달러(약 830조 6400억 원) 손실을 입는다고 추정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1단계 무역협정’을 통해 중국의 IP 보호 개선을 요구했지만, 중국은 관련 법을 개정했음에도 외국 기업 사건에서는 여전히 투명성이 부족하고 판결이 집행되지 않는 문제가 남았다. 이 협정은 2021년 만료됐다.
최근 미국과 중국은 상대국에 대한 관세 유예 조치를 90일 추가로 연장했으며, 앞으로 협상에서 무역 외에도 IP 보호 강화가 중요한 과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WP는 “미국 기업도 중국에서 라부부가 받는 것과 동일한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