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메인미디어센터(MMC) 앞, 나무에 장식된 화려한 조명 앞에서 3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밝은 표정으로 기념 사진을 찍는다.
거리에서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찰나의 순간이다.
4일 개막하는 베이징 올림픽은 코로나19 팬데믹 속 치러진다. 베이징올림픽 조직위원회는 ‘폐쇄 루프’로 대회를 진행한다. 선수와 관계자 등 올림픽 참가자는 경기장과 훈련장, 숙소만 오갈 수 있다.
취재진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달 31일 중국에 입국한 뒤 경기장과 숙소 외에 발을 디딜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경기장과 숙소를 오가는 셔틀 버스를 타는 시간이 베이징 시내를 볼 수 있는 유일한 때다. 그마저도 창 밖에 비친 풍경만 빠르게 스쳐지나갈 뿐이다.
MMC를 출발한 셔틀 버스가 5분여를 달리면 큰 번화가를 지난다. 맥도날드, KFC 등 익숙한 음식점도 눈에 띄지만 역시나 버스 안에서 구경만 해야한다. 그야말로 ‘그림의 치킨’이다.
차도에는 올림픽 전용도로를 표시하는 듯한 오륜기가 군데군데 새겨져 있다. 전용도로 운영 시간은 오전 6시부터 밤 12시. 대부분의 베이징 시민들이 협조적이다.
고개를 돌릴 때마다 화려하고 웅장한 건물들이 시야에 들어오지만 거리는 한산하기 짝이 없다.
‘지구촌 축제’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거리를 오가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 올림픽은 해외 관람객을 받지 않는 데다, 올림픽 참가를 위해 입국한 이들을 폐쇄 루프에 모아놓았으니 당연한 일이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로 시민들마저 거의 보이지 않아 썰렁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그런 가운데 거리를 활보하는 시민들 중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이들도 눈에 띈다.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올림픽 광고판이나 거리에 설치된 홍보깃발이 아니면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도시라는 걸 실감하기 어렵다. 외국이나 올림픽 현장이라기 보다 거대한 세트장 안에 들어와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처럼 개막이 코앞인데도 열기가 달아오르지 않는 올림픽은 선수들도 생소하다.
2018 평창 올림픽에 이어 이번 대회에도 출전하는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김민석은 “이번 올림픽은 체감이 덜 되는 것 같다. 코로나 때문에 밖에 사람도 잘 없고, 분위기 자체도 평창 때만큼 시끌벅적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가장 많은 시민을 볼 수 있던 곳은 MMC 앞이다. 지금까지는 가장 올림픽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되는 곳이다.
나무에 장식된 조명에 불이 들어오면 밝게 빛난다. 베이징올림픽 마스코트 빙둔둔, 쉐룽룽도 설치돼 있다. 저 멀리 거대한 올림픽 조형물까지 있어 기념사진을 남기려는 시민들에게 인기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