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히로시마 원자 폭탄의 2000배 위력을 가진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RS-28 ‘사르마트'(Sarmat)의 첫 시험 발사에 성공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언제든 핵버튼을 누를 수 있다는 우려가 한층 더 깊어졌다.
미국은 위협적이지 않다고 했지만, 전문가들은 서방의 계속되는 제재에도 푸틴의 도발이 멈추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20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러시아 북서부 아르한겔스크주의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사르마트 미사일을 발사해 러시아 극동 캄차카반도에 있는 목표물을 정확히 명중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르마트 시험발사는 이번이 처음이며 “테스트 과정을 마무리한 뒤 실전 배치될 것”이라고 했다.
2009년부터 개발돼온 사르마트는 최대 사거리가 1만8000km로 지구상 어디든 한 시간 안에 타격할 수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이다. 메가톤(TNT 폭발력 100만t)급 핵탄두를 15개까지 탑재할 수 있다는 게 러시아 국방부의 설명이다. 이 위력이 맞다면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 폭탄의 2000배에 달한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직접 TV 연설을 통해 “유일무이한 이 무기는 러시아군의 전투력을 강화하고 외부 위협으로부터 안보를 확실히 보장할 것”이라며 “러시아를 위협하려고 하는 적들에게 다시 생각하게 할 것이다”고 힘주었다.
발사 직후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사르마트가 오래 전부터 개발돼 온 걸 이미 알고 있었고 이번 시험 발사도 핵무기 조약에 따라 사전에 통보가 됐다면서 “미국 혹은 동맹국에 위협이 된다고 평가하지 않는다”고 평가 절하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런 시험 발사는 통상적인 것이다. 놀랄 일이 아니다”고 말했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이번 발사가 러시아 침공에 대응하는 미국의 접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핵 전쟁 가능성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CNN은 이날 복수의 당국자를 인용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을 비롯한 핵심 인사들이 핵 방위를 총괄하는 찰스 리처드 전략사령관으로부터 러시아의 핵 무기 관련 동태를 주 2~3회 보고 받고 있다”며 “핵 사용에 대한 우려가 냉전 이후 어느 때보다 높다”고 분석했다.
CNN은 “미 관리들은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에 따라 러시아가 ICBM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는 걸 미리 통보 받고 미사일을 추적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미사일 시험의 중요성을 경시했다”며 “그러나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핵 무기 운용 부대의 경계 태세 강화를 지시한 이후 위협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푸틴의 이번 움직임은 러시아와의 핵 긴장 완화를 위해 ICBM ‘LGM-30G 미니트맨 3’의 시험발사를 지난 3월 취소한 미국의 결정과 대조적이었다”고 짚었다.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군사분석가이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장을 지낸 제프리 에드먼즈 CNN 뉴스룸에 출연해 러시아의 미사일 시험 발사와 관련 “서방에 대한 강압적 위협이라고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더 많이 잃을수록 우리는 이런 종류의 고조된 수사학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는 이제 세계로부터 너무 고립돼 있기 때문에 푸틴은 도발적인 행동에 대한 부정적인 면을 거의 보지 않고 있다”며 “러시아의 미사일 실험은 고립된 푸틴에 대한 미국의 두려움과 우려에 불을 지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