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관이 14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옮겨진 뒤 나흘 간 일반들의 조문이 시작됐다. 여왕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한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BBC,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은 이날 오후 3시께 버킹엄궁에서 영국 의회 건물 내에 있는 웨스터민스터 홀로 옮겨졌다. 여왕의 관은 홀 중간에 위치한 관대에 올려졌다.
일반인 조문에 앞서 왕실 가족과 영국 각계 각층 주요 인사 3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국 국교회의 수장인 캔터베리 대주교가 집전하는 예배와 함께 경비병들이 네 모서리 쪽에 자리하는 30분간의 의식이 진행됐다.
첫 조문자들은 오후 5시 이후에 웨스트민스터 홀에 입장했다.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 웨스트민스터 홀에 들어온 조문객들은 좌우 두 줄로 나뉘어 여왕의 관 앞을 지나며 마지막으로 여왕에 경의를 표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은 오는 국장으로 엄수되는 장례식 당일 19일 오전 6시30분까지 나흘 간 이곳에 안치된다. 일반 조문객들은 24시간 동안 여왕의 관을 보며 추모할 수 있다.
일반 공개가 종료되는 19일에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여왕의 장례식이 국장으로 엄수될 예정이다. 이후 여왕은 윈저성 내 성조지 교회 지하 납골당의 남편 필립공 곁에서 영면에 든다.
영국 정부 관리들에 따르면 14일 오후 5시 기준 조문을 위한 대기줄은 이미 4.5㎞에 달했다. 외신들은 관계 당국을 인용해 웨스터민스터 사원 밖의 조문 대기 행렬이 최대 8㎞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여왕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 캐나다에서 항공편으로 런던을 찾은 조문객도 있었다. 몬트리올에서 왔다는 캐서린은 “여왕을 직접 조문하기 위해 8000달러(약 1115만원)의 비용을 들여 런던을 찾았다”고 말했다.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조문객 가운데 2명이 탈진해 쓰러져 주변에 대기 중이던 구급 대원으로부터 진료를 받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영국 정부는 이날 런던에서 시작된 첫 일반인 조문과 장례 행렬 도중 안전 사고 발생을 우려해 안전 대책을 철저히 마련했다. 왕실 근위대와 런던 경찰 1500명이 투입돼 대테러 대비 경비를 펼쳤다.
일부 조문객들은 여왕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최대 3일을 기다렸지만, 관 앞에서 경의를 표하고 밖으로 나가기까지 3분이 조금 넘는 짧은 시간 밖에 허용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조문객들은 허리를 굽히며 여왕에게 존경심을 표했으며 몇몇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조문객들은 홀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관을 돌아보았다.
한 조문객은 CNN에 “너무 슬프다. 어머니가 가나에서 돌아가셨을 때가 생각한다. 온 가족이 여왕에게 경의를 표하고 작별 인사를 했다. 감정을 억누르기가 힘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여왕을 다시 볼 수 없어 너무 슬프다”며 조문을 위해 이틀간 줄을 섰다고 덧붙였다.
미셸 도넬란 영국 문화장관은 BBC에 “30시간이 넘는 매우 긴 대기 행렬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도넬란 장관은 “모두에게 30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줄 서기에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 아는 것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줄을 서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적십자사, 런던 경찰 등 1000명이 넘는 인원이 현장에서 대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아이브록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A조 2차전 스코틀랜드 레인저스와 나폴리 경기에서는 별도 행사를 통해 여왕의 서거를 추모했다.
홈팀 스코틀랜드 레인저스 팬은 경기 시작 전에 영국 국기 ‘유니언 잭’ 가운데에 엘리자베스 여왕을 형상화 한 대형 카드 섹션을 선보였다. 경기 시작 전 1분 간 묵념에 이어 영국의 국가(國歌)인 ‘하나님, 왕을 지켜주소서(God Save the King)’이 경기장에 울려 퍼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