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크름대교 폭발에 대한 보복으로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주(州) 주거지에 포격을 가해 지금까지 13명이 목숨을 잃고 수십 명이 다쳤다.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언론에 따르면 자포리자 지역 경찰청은 페이스북을 통해 러시아군의 야간 미사일 공격으로 현재까지 13명이 사망하고 60명 이상이 입원했다고 밝혔다.
CNN은 현재까지 부상자가 어린이 10명을 포함해 87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사상자 수는 수정된 것이다. 앞서 현지 당국은 최소 17명이 숨졌다고 했으나 이후 사망자 수를 수정 발표했다. 부상자는 49명까지 집계했었다.
구조 및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사상자 수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러시아군은 밤 사이 자포리자 주거 지역에 S-300 16발과 Kh-22 순항미사일 6발을 발사했다. 미사일은 Tu-22M3 및 Su-35 전투기에서 발사됐다.
이로 인해 주택 수십 채와 아파트, 민간 기반 시설이 파괴됐다.
우크린포름은 9층 건물에 직접 미사일이 떨어져 1~7층이 구조물이 파괴됐고 붕괴된 부분을 해체하던 중 다른 2개 층도 무너졌다고 전했다. 또 옆에 위치한 5층 짜리 건물과 인근 주거용 건물도 정면이 뚫리고 유리창이 깨지는 등 파손됐다고 했다.
이 외에 주차돼 있던 차량들에 불이 붙었고 상점, 사무실, 유치원, 학교, 기타 기반 시설도 피해를 입었다고 덧붙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밤새 무고한 민간인들에게 포격을 가했다고 비난하면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절대적인 비열함, 절대악, 야만인과 테러리스트들”이라고 맹비난하면서 “이 명령을 내린 자와 (명령을) 이행한 모든 사람들은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물론, 법과 사람들 앞에서”라고 했다.
이번 폭격은 전날 크름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연결하는 크름대교에서 대규모 폭발이 발생한 이후 이뤄진 것이다.
우크라이나 측은 책임을 공식 인정하진 않았지만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트위터에 “크름, 다리, 시작”이라며 “불법적인 것은 모두 파괴해야 하고, 훔친 것은 모두 우크라이나로 반환해야 하며, 러시아에 속한 모든 것은 추방돼야 한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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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포리자=AP/뉴시스] 9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포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주 주택가에서 사람들이 파괴된 건물 잔해를 치우고 있다. 2022.10.09.
크름대교 폭발은 우크라이나 남부에서 러시아군 전쟁 수행에 중요한 보급로에 상당한 타격을 준다.
더 나아가 크름대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크름반도 실질적인 지배 상징으로 여겨져 왔던 만큼 의미 있는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는 지난 수 주간 국제법을 무시하고 강제 병합한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의 우크라이나 통제 지역을 계속해서 공격했다.
러시아군은 지난 6일에도 자포리자 주거지를 미사일로 공격, 14명이 숨졌다.
현재 러시아의 통제 속에 있는 지역 일부는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가 자리 잡고 있다.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 간 교전이 치열해질수록 유럽 최대 규모인 자포리자 원전의 안전성이 위협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방사성 물질 누출 참사를 막기 위해 지난달 마지막으로 가동하던 원자로를 폐쇄했다.
유엔 핵 감시기구인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8일 자포리자 원전이 포격 재개로 마지막 외부 전력선이 끊겼다며 원자로의 멜트다운(노심 용해)을 막기 위한 냉각장치 가동 전력 공급을 위해 비상 디젤 발전기에 의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