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공군 고위 장교들이 장거리 미사일 타우러스로 크림대교를 공격할 수 있다고 이론적 가능성을 논의한 녹취가 러시아에서 공개됐다.
독일은 “매우 심각한 사건”이라며 대화 내용이 도청됐음을 시인했다.
2일(현지시간) 키이우포스트,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방송사 RT의 편집장 마르가리타 시모냔은 전날 이같은 내용의 약 40분 분량 녹취 내용을 공개했다.
문제의 녹취는 지난달 19일 잉고 게르하르츠 독일연방 공군 참모총장과 작전참모총장인 프랑크 그라페 준장, 다른 독일군 장교 2명이 화상회의 플랫폼 웹엑스 상에서 나눈 대화 내용이다.
이들은 우크라이나에 타우러스 최대 50기를 보낼 것을 가정하고 전쟁에 직접 관여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면서 우크라이나에 표적 정보를 제공할 방법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림대교를 포함한 목표물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게르하르츠 참모총장이 “타우러스로 전쟁 진로를 바꾸진 못할 것”이라고 한 발언도 있었다고 RT는 보도했다. 미국과 영국 요원들도 언급됐다.
시모냔 편집장은 해당 녹취를 러시아 보안 당국자로부터 입수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정부는 즉각 독일에 해명을 요구하며 선전에 나섰다.
러시아 국가안전보장회의 부의장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은 누리소통망(SNS)을 통해 독일 장교들이 크름반도에 있는 러시아 목표물을 공격할 계획을 논의했다고 주장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외교부 대변인도 독일 정부가 녹취 속 발언에 대해 해명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독일 정부가 유죄를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비난했다.
[바티칸=AP/뉴시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가 2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비공개 면담에 앞서 레오나르도 사피엔자 신부와 악수하고 있다. 2024.03.03.
[바티칸=AP/뉴시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가 2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비공개 면담에 앞서 레오나르도 사피엔자 신부와 악수하고 있다. 2024.03.03.
독일은 RT 보도 직후 도청 가능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지만, 곧 도청 사실을 시인했다.
독일 디차이트에 따르면 숄츠 총리는 이날 교황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번 사건을 가리키며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외교 정책에 피해 가능성을 언급하며 “현재 매우 신중하고 집중적이며 매우 신속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국방부도 “우리 평가에 따르면 공군 대화가 도청됐다”면서 “현재 SNS에 유포되고 있는 녹음본이나 녹취록에 변경된 사항이 있는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고 확인했다.
앞서 독일 슈피겔은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의 대변인을 인용해 군사정보국이 공군 내부 통신이 도청됐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녹취는 독일의 타우러스 공급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격화되는 시점에 공개됐다.
숄츠 총리는 최근 타우러스 지원 시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지원 가능성에 선 그었다.
특히 타우러스 사거리가 우크라이나에서 모스크바를 겨냥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라면서 “영국과 프랑스가 표적 통제 및 지원 측면에서 하는 일을 독일은 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영국과 프랑스 군이 우크라이나에 주둔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취지로 해석됐다.
이에 영국 국방부는 장거리 미사일 운용은 우크라이나 군대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강조하며 강하게 부인했다. 영국은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 ‘스톰 섀도’를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