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세계 5위 와인 수출국인 호주에서 과잉 공급이 지속되자 수백만 그루의 포도나무가 폐기되고 있다.
지난 9일 CNN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와인 소비 감소로 인해 호주의 대표 수출 상품인 레드 와인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면서 와인 시장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호주는 지난해 중반 기준 2년 치 생산량인 20억 리터를 저장하고 있는데, 이를 처분하기 위해 소유주들은 와인을 헐값에 넘기고 방치되는 와인은 부패하기도 한다.
앞서 2020년, 중국이 정치적 분쟁으로 인해 수입을 차단하면서 호주는 가장 큰 와인 수출 시장을 잃었다. 이에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과잉 공급이 문제가 된 것이다.
호주산 포도의 약 3분의 2는 호주 남동부의 그리피스 마을과 같은 내륙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의 가장 큰 포도밭 중 하나에서만 약 110만 그루의 포도나무가 제거됐다.
주류 업체인 와인 오스트레일리아(Wine Australia)에 따르면 이 같은 지역에서 포도 가격은 지난해 t당 평균 304호주달러(약 26만 원)로 2020년 659호주달러(약 57만 원)에서 크게 하락했고 수십 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농민 단체인 리버리나 와인그레이프 그로스(Riverina Winegrape Growers) 대표 제레미 카스는 “시장의 균형을 맞추고 가격을 올리려면 그리피스 같은 지역의 포도나무를 최대 4분의 1까지 뽑아야 한다”고 전망했다.
이는 호주 전체 포도 재배 면적의 약 8%에 해당하는 것으로, 1만 2000헥타르(120㎢)에 걸쳐 2000만 그루 이상의 포도나무가 제거돼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한편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와인 수요가 줄어들고 이에 따라 다른 국가들 또한 와인 과잉 공급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다. 현재 호주뿐만 아니라 칠레, 미국, 그리고 프랑스 보로도와 같은 와인 중심지에서도 다량의 포도나무를 없애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