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프랑스 사법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집단 성폭행 재판에서 공개 증언하며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지젤 펠리코(72)가 프랑스 최고 영예인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는다.
13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오는 14일 혁명기념일을 맞아 지젤 펠리코(72)를 프랑스 최고 권위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서훈자 명단에 올렸다.
지젤에게는 다섯 등급 중 가장 낮은 슈발리에(기사) 훈장이 수여된다.
지젤은 약 9년 동안 남편 도미니크 펠리코(72)와 그가 온라인을 통해 모집한 50여 명의 남성들에 의해 약물에 취한 상태에서 반복적으로 성폭행당한 피해자다.
범행은 2020년 도미니크가 마트에서 여성들을 몰래 촬영하다 체포되면서 드러났다.
지젤은 익명이 보장되는 비공개 재판을 택할 수 있었지만, 이를 거부하고 실명으로 법정에 출석해 피해 사실을 낱낱이 증언했다.
그의 용기 있는 선택은 프랑스 전역에 큰 충격을 안겼고 “우리는 모두 지젤이다”라는 연대 구호가 퍼졌다. 이로 인해 프랑스 전역에서는 합의에 의한 성관계의 법적 정의와 약물 이용 성폭력 등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해졌다.
지젤은 “수치심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몫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대부분의 재판에 직접 참석했다. 이런 태도는 성폭력 피해자를 향한 프랑스 사회의 인식을 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젤은 지난 3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25년 올해의 여성’ 중 한 명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도미니크 펠리코에 대한 유죄 판결이 내려진 뒤 지젤을 “선구자”라며 “그 존엄과 용기는 프랑스와 전 세계에 감동과 영감을 줬다”고 공개적으로 찬사를 보낸 바 있다.
도미니크는 지난해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지젤은 내년 초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회고록을 출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