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아시아 동맹국들에게 더 많은 역할을 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은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에 집중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英 항모 아-태 배치 막은 美…“아시아에는 역할 증대 압력 될 수도”
15일 폴리티코 보도에 따르면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 차관은 영국이 인도-태평양에 항공모함을 파견하는 것을 막으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항공모함 ‘프린스오브웨일스’는 지난달 23일 싱가포르에 입항했으며 8개월 가량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배치되고 호주 일본 한국 등도 들를 예정이라고 영국 BBC 방송이 지난달 25일 보도했다.
콜비 차관은 “기본적으로 유럽은 인도-태평양과 관련이 없으며 어떤 일을 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가들은 해석했다.
워싱턴 허드슨연구소 수석 연구원 리셀로테 오드가드는 “이(콜비 차관의 발언)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 지역의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압력이 커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오드가드는 “유럽이 (아시아에서) 물러나야고 한다고 해서 중국에 강경하게 대응해서는 안된다는 뜻은 아니다”며 “미국은 유럽 국가들에게 수출 통제, 북극 지역에서 러시아와의 협력 등과 관련하여 중국에 훨씬 더 강경하게 대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과 관련 미국은 유럽이 인도-태평양 동맹국들과의 방위 협력과 중국에 대한 군사적 억제 계획을 망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유럽과 인도-태평양 동맹국들이 힘을 합쳐 미국의 일부 방위 정책에 저항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킹스 칼리지 런던의 국제관계학 교수인 라몬 파체코 파르도는 영국이 항공모함을 파견하지 못하도록 설득하려는 노력은 미국이 유럽 국가들에게 “러시아에 대한 억제력에 집중하고 아시아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벗어나라”고 말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으로서는 유럽의 자산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으며, 미국은 러시아에 집중하고 싶어하지 않고 유럽이 러시아에 집중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파르도 교수는 “미국 동맹국들이 국방비를 늘려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는 미국이 전쟁 발생 시를 포함해 중국을 상대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며 “또한 중국과 갈등이 발생할 경우 동맹국들이 미국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美-中 대만 전쟁시 日-濠 역할 물어
폴리티코에 따르면 지난 3월 일본이 국내총생산(GDP)의 3%를 국방비로 지출해야 한다고 발언한 콜비 차관은 5%로 요구사항을 높이면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를 화나게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 미중이 대만을 놓고 전쟁을 벌일 경우 일본과 호주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명확히 하라고 콜비 차관이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콜비는 소셜미디어에서 “미 국방부는 억제력 회복과 힘을 통한 평화 달성이라는 미국 우선, 상식적인 의제에 집중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동맹국들에게 국방 지출과 기타 노력을 강화할 것을 촉구하는 것도 포함된다.
요코스카 아시아태평양연구협의회의 존 브래드포드 대표이사는 “미국은 동맹국이 지역적으로 행동하면서 각 자의 강점을 발휘하도록 함으로써, 장거리 배치 비용 지출을 피하는 것이 동맹국 군사 자원을 가장 잘 보존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브래드포드 이사에 따르면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중국의 위협이 동맹국의 힘을 대대적으로 증강해야 할 정도로 커졌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으며, 이는 모든 동맹국에 더 많은 조치를 취하도록 압력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콜비 차관, 주한 미군 역할 재평가
콜비 차관은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 특히 한국에서 미군의 역할을 재평가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한국이 북한에 대한 대응에 집중하고 한국에 주둔하는 2만 8000명이 넘는 미군을 중국 봉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브래드포드는 “미일 동맹과 한미 동맹은 일본의 군대가 조약에 따라 지역 안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지정되어 있는 반면, 한국에 있는 미군은 한국을 방어하는 데 전념한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한국은 북한의 재래식 전력을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충분한 전력을 갖추고 있다고 믿어진다”며 “따라서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한국 정부와의 협정을 재규정하거나 새로운 기지로 이전하는 등 현재 한국에 주둔 중인 병력을 중국과의 갈등에 투입하고자 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브래드포드는 이러한 견해는 워싱턴에서 점점 더 널리 퍼지고 있으며 한 명의 ‘불량 공무원’에게 기인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아시아 동맹국들은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새로운 엘리트들이 새로운 사고방식을 가져오고 있으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현실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에 최대 100억 달러를 주한미군 분담금으로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내년부터 지불하기로 합의한 11억 1000만 달러보다 늘어난 금액이다.
지난주 싱크탱크 ‘국방우선순위(Defence Priorities)’가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주한미군 규모를 1만명으로 줄여야 한다며 비슷한 주장을 내놓았다.
콜비는 한국군이 북한에 대응할 수 있지만 미국은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상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의 전 수석 고문인 댄 콜드웰이 공동 집필한 이 보고서는 오키나와에 주둔하는 미군 병력을 2만6000명에서 1만 4000명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군 병력이 취약하며 (오키나와 병력을) 괌으로 이전하면 ‘미국의 회복력과 위기대응 능력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파체코 파르도는 한국은 국방비 지출을 늘리라는 압력을 받을 미국의 동맹국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한국과 다른 나라에 주둔하는 미군을 유지, 감축 또는 증파할 것인지의 결정은 중국과의 갈등 발생시 이들 동맹국이 수행할 수 있는 역할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오드가드는 “미국과 인도-태평양 동맹국들이 중국을 위협으로 간주하는 데 합의함으로써 일본 및 한국과의 동맹 관계가 굳건히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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