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lenskyyUa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이후 지도자로 주목받는 발레리 잘루즈니 주(駐)영국 우크라이나대사가 정치적 행보를 극도로 삼가면서 자세를 낮추고 있다고 외신이 전했다.
영국 가디언은 25일(현지 시간) ‘장군, 특사에서 우크라이나 미래 대통령? 발레리 잘루즈니의 런던 웨이팅 게임(waiting game)’ 제하의 기사를 보도했다.
‘웨이팅 게임’이란 상황이 유리하게 바뀔 때까지 직접적 행동을 취하지 않는 전략을 뜻하는 관용어구로, 잘루즈니 대사가 침묵을 지키며 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취지의 분석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백악관 정상회담이 파국으로 끝난 직후, JD 밴스 부통령 측은 잘루즈니 대사 접촉을 시도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부통령은 우크라이나 및 유럽 정부 관계자들과 정기적으로 소통한다”고 주장했으나, 가디언은 “밴스를 비롯한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은 ‘골칫거리’ 젤렌스키를 대체할 잠재적 후보를 물색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잘루즈니 대사는 안드리 예르막 대통령비서실장과 상의를 거친 뒤 밴스 부통령의 전화를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가디언은 “이 사건은 젤렌스키가 지난 2월 잘루즈니를 총사령관직에서 해임하고 런던으로 보낸 이후 그가 걸어온 정치적 줄타기를 보여준다”며 “잘루즈니는 여전히 정부에 충성을 다하고 있음에도, 국내외 많은 사람들이 그를 (대통령) 적임자로 보고 정치 행보를 시작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밴스 부통령뿐 아니라 각국 언론, 우크라이나 국회의원, 기업인, 시민사회 지도자, 트럼프 대통령 측근 인사 등이 꾸준히 잘루즈니 대사를 찾아가 대권 도전을 추동하려고 하지만, 이에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잘루즈니 대사는 오히려 자신에 대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의구심 해소에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익명의 소식통이 가디언에 전한 내용에 따르면 예르막 비서실장이 지난해 11월 런던을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의 차기 대선 캠프에 합류할 것을 제안했는데, 잘루즈니 대사는 이를 거절하면서도 ‘전쟁 기간 동안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판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는 특히 “정치를 하기로 결정하면 가장 먼저 (예르막 비서실장에게) 개인적으로 말하겠다”고 말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안심시켰다고 한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치평론가 볼로디미르 페센코는 “그는 가장 현명한 전략을 택했다. 선거 직전, 마지막 순간에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측근 인사들에 따르면 잘루즈니 대사는 최근 사석에서 스스로를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와 비슷한 ‘강력한 전시 지도자’로 일컫는 등 내심을 드러내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을 지낸 잘루즈니 대사는 차기 대선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사실상 유일한 대항마로 꼽힌다.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 페트로 포로셴코 전 대통령 등 다른 후보군도 있지만, 여론조사에서 두자릿수 지지율을 얻는 인물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잘루즈니 대사뿐이다.
러시아 침공 이후 국제사회 지지 호소에 집중하던 젤렌스키 대통령이 잘루즈니 당시 총사령관에게 전쟁 지휘를 맡기면서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이견을 빚기 시작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총사령관을 전격 교체하고 그를 주영대사로 내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