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친문계 인사들의 공천 문제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내 계파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친명계가 친문 핵심 인사의 불출마를 압박하거나 친문계를 겨냥한 친명계의 ‘자객 출마’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당내에선 비명계 축출에 이어 친명계와 친문계의 전면전이 시작됐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친명계 원외인사들은 최근 문재인 정부에서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노영민에 대한 불출마를 요구했다. 이들은 “지난 정부의 청와대 비서실장이셨던 임종석, 노영민 두 분이 출마하시면 국민이 검사 독재 정권을 심판하는 선거가 아니라 전 정부와 현 정부의 대결처럼 보실 수 있다”며 “이번 총선 목표가 개인의 권력 유지가 아니라 당의 총선 승리라고 생각하신다면 물러서시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대협 1기 의장으로 86세력의 맏형이시고 이번에 출마하시면 서울 구로구에 7번째 출마가 되는 이인영 의원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하지만 임 전 실장은 반발했다. 서울 중구·성동구갑 출마를 준비 중인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우리는 민주당이다. 친문도 없고, 친명도 없다”고 적었다. 친명계 인사들이 자신에게 총선 불출마 요구를 일축한 것이다.
임 전 실장은 “냉정한 눈으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민심은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라고 우리에게 명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총선에 빨간 불이 깜빡 거리고 있다. 민심 앞에 두려워하고 절제하고 마음을 모아야 한다”며 “단 하나, 우리의 목표는 국민의 승리”라고 강조했다.
임 전 실장이 출사표를 던진 서울 중구·성동갑은 홍익표 원내대표의 지역구다. 홍 원내대표가 2022년 이 지역 출마를 포기하고 국민의힘 강세 지역이자 재선 박성중 의원이 있는 서초을 출마를 결심하면서 임 전 실장이 이곳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논란은 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가 지난 15일 이 지역을 전략선거구로 선정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공관위는 국회의원이 공석이 된 선거구를 전략선거구로 선정할 수 있는 당헌·당규에 따랐다고 밝혔다. 전략선거구 지정으로 임 전 실장의 경선 참여가 사실상 불투명해지면서 친문계를 겨냥한 친명계의 ‘제동 걸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친명계의 친문 ‘자객 출마’도 이어지고 있다. 친명계 비례대표인 이수진 의원은 서울 서대문갑 출마를 포기한 지 하루 만에 친문계 윤영찬 의원 지역구인 경기 성남중원에 도전장을 냈다. 윤 의원은 문재인 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 국무소통수석 비서관을 지낸 친문계 인사로, 당내에선 이재명 대표를 비판했던 ‘원칙과상식’ 소속이었지만 지난 10일 원칙과상식 탈당 선언에선 빠졌다.
이 의원은 출마 선언문에서 “지금 성남중원에 민주당 후보로 나오겠다는 후보는 민주당의 기본 정체성조차 없는 사람”이라며 윤 의원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 배신과 분열의 상처를 주면서, 민주당 이름으로 출마하겠다는 상황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친명계 원외인사로 분류되는 양문석 전 통영·고성 지역위원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친문계 3선인 전해철 의원의 지역구인 안산시 상록갑에 출사표를 던졌다. 양 전 위원장은 출마 선언 당시 “수박 자체를 깨뜨려버리겠다”고 발언해 당직 자격 정지 3개월을 받았으나 예비후보 심사를 통과해 논란이 됐다.
이에 친문계는 내심 부글하면서 강한 반발은 자제하는 모습이다. 당 지도부는 물론 공천권을 쥐고 있는 공관위가 예비후보들 간 상호비방에 경고 메시지를 낸 상황에서 자칫 대응하다가 불똥을 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친문계 인사는 통화에서 “집안 싸움, 당 내홍으로 비춰 질 수 있기 때문에 대응을 삼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총선 공천을 둘러싼 친명계와 친문계 간 갈등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이제 시선은 오는 31일 이재명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으로 향하고 있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는 오는 4월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한 해법을 제시하는 동시에 당내 통합을 위한 메시지도 함께 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입장이 계파 갈등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