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천 칼럼(2) ‘형혹성'(熒惑星) 붉은 ‘유전자별’을 향하여

‘인간은 쓸쓸함을 느끼고 무엇을 그리워하는 존재다’ 그리고 ‘인간은 별의 물질로 이뤄진 별과 같은 존재다’ 라던 말. 해서 같은 유전자 별로부터 위안을 얻고 생명의 한계성을 극복하려는 게 아닐는지.

옛날 인류는 별들의 움직임을 보고 길을 찾기도 했지만 운명 또한 점 쳤다. 왕조의 흥망성쇠, 인간의 길흉화복 등을 풀어 보려는 거였다. 그러다가 과학이 발달하면서 점성술과 천문학으로 나뉘었다.

우리는 과학이라고 하면 으레 서양이 주도했을 거라 짐작하기 쉽지만, 역사적 사료를 보면 동양 그중에서도 고구려, 조선은 천문학 분야에서 상당한 고도의 기술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별자리들의 이름과 움직임, 관측법 외에도 이를 정치에 어떻게 활용했는가에 대해서도 자세히 기록해 놓았다.

한데 별자리들의 움직임 중에서도 이들이 서로 나란히 늘어서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불길한 징조로 여겨졌다.

그 중에서도 특히 최악의 징후로 여긴 것은 형혹수심(熒惑守心)이었다. 화성은 특유의 붉은 빛을 띠는데 이 때문에 사람들은 화성을 보면 피로 얼룩진 전쟁이나 재앙을 떠올렸다. 해서 오늘 우리가 영어로 알고 있는 ‘Mars’(로마신화의 군신)를 그리스인들은 ‘아레스(Ares)’라 불렀는데 이는 전쟁의 신(神)에서 따온 이름이다. 

미(美)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연인으로도 유명한 아레스는 살상을 즐기는 잔인하고 무자비한 신(神)으로 갑옷과 투구를 쓰고 칼이나 창과 방패를 든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그의 두 아들 아름도 화성의 두 위성에 붙여졌다.

헌데 화성처럼 붉은 별자리에 속하는 것이 또 하나가 있는데 전갈자리 별들 가운데에서 붉게 빛나는 안타레스 (Antares)다. 안타레스는 안티-아레스(Anti-Ares), 즉 화성에 맞서는 라이벌이라는 뜻이다. 이때문에 이 붉은 두 별의 만남은 서양 천문학에서나 마야문명에서나 전쟁과 파멸의 전조로 읽었다.

한편 중국이나 조선에서는 화성을 형혹성(熒惑星)이라 불렀고 안타레스를 심성(心星)이라 했는데 심성은 바로 천자나 임금을 의미했다.

해서 형혹성(화성)이 심성(안타레스)에 근접하는 것을 ‘형혹수심'(熒惑守心) 이라 해 극도로 꺼려했다. 군주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 불길한 징조로 여겼기 때문이었다.

이런 형혹수심에 대해 널리 알려진 이야기 중의 하나는 기원전 211년 진시황 때 있었다. 

두 붉은 별이 가까이 만나는 것을 불길하게 여기던 차 ‘진시황이 죽고 진(秦) 나라가 망한다’는 것등 흉조를 의미하는 여러 가지 기이한 일들이 일어났다.

그러자 진시황은 이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죽였다. 그리고 불안한 마음에 점을 쳤다.

‘이동하라’는 점괘가 나오자 백성들을 이주시키고 자신은 전국 순행에 나섰다가 결국 병을 얻어

숨졌다. 

여담이지만 한국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던 2016년에도 형혹수심은 있었다. 그렇다고 형혹성이란 이름이 붉은 빛을 띄는 음산함에 현혹시킨다는 느낌에서 붙여졌다고 하듯 화성이 전쟁이나 불길한 분위기만을 주는 별일까? 좀 다른 얘기지만 지구인의 뿌리를 암시하는 이야기도 있다.

30여 년 간 부부들을 위한 상담센터를 운영하면서, 남녀간 갈등의 원인과 치유를 연구해 온 존

그레이 박사가 1992년에 쓴 ‘남자는 화성에서, 여자는 금성에서’ 란 책을 보자. 

남자와 여자가 생각하는 방식이나 언어, 행동 등 모든 점에서 서로 다른 것을 두고 그레이 박사는 ‘남자는 화성인, 여자는 금성인’이었기 때문에 둘 사이의 언어와 사고 방식이 다를 수 밖에 없다는 비유로 해답을 제시했다.

하지만 단지 비유에 불과했던 지구인 출생의 비밀에 대한 이 이야기가 어쩌면 반 정도는 맞는지도 모른다. 

지난 수십 년간 과학자들은 생명체가 붉은 행성이라 불리는 화성에서 시작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최초의 생명체가 화성에서 생겨났으며 운석에 실려 지구로 온 씨앗에서 시작됐다는 새로운 시각의 학설도 제기됐다.  생명이 움 트는 데는 화성이 최적이지만 생명을 유지하는 데는 지구가 더 나은 환경 때문에 오늘에 이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보면 화성은 지구인에게 있어 우리가 잉태된 어머니의 자궁 속같은 태고의 고향일 수도 있겠다. 해서 끊임없는 화성탐사 도전을 멈추지 않는 것은 이 별에 대한 향수를 저버리지 못하는 미련을 간직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아니, 먼 조상의 뿌리를 찾아내려는 효심의 발로가 아닐는지도.

이유야 어쨌든 드디어 그 시도로 지난달 18일 화성 탐사선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가 화성

표면에 안착했다. 1976년 착륙한 바이킹 1호 이후 9번째다. 지난해 7월 30일 발사된 후

4억7,200만㎞를 날아서 화성에 도달한 거다. 일명 ‘공포의 7분’이라고 부르는 구간을 통과하고 성공했다. 화성 대기권에 진입한 뒤 고도를 낮춰 지표면에 닿기까지 과정을 말하는 ‘공포의 7분’은 최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난이도 때문에 아직 미국 외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 ‘퍼서비어런스’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고대 생명체 흔적을 찾는 것이다. 이른바 지구인의 아득한 먼 조상! 아니 어쩌면 그 보다는 더 깊이 내재된 인간적인 고뇌에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겠다. 

어제나 오늘이나 별들은 그저 우주의 철리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이를 잘 모르던 옛사람들은 별의 운행에 의미를 부여하고 미래나 운명을 알아내려고 애를 썼다. 그렇게 함으로써 삶에서 오는 불안을 달래고 위로를 받으려는 나약함 때문이었을 게다. 하지만 이는 과학이 발달한 오늘날도 별로 다를 게 없어 보여서다.

그 이유는 별 학자 칼 세이건의 말에서 찾아 보면 어떨까? 

‘인간은 쓸쓸함을 느끼고 무엇을 그리워하는 존재다’ 그리고 ‘인간은 별의 물질로 이뤄진 별과 같은 존재다’ 라던 말. 해서 같은 유전자 별로부터 위안을 얻고 생명의 한계성을 극복하려는 게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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