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전쟁을 놓고 이스라엘과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미국이 최근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공습을 사전에 알리지 않은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워싱턴포스트(WP)는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지난 3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통화에서 이란 영사관 공격 전 미국에 미리 고지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을 표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오스틴 장관을 포함한 미 국방부 고위 관료들은 이스라엘이 미국에 미리 공격 계획을 알리지 않은 데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이번 공습이 중동 지역에 주둔 중인 미군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계획을 사전 고지했다면 미군도 미리 이란 대응에 대비해 준비했을 것이라는 불만이다.
이번 사건은 가자지구 전쟁 이후 멀어진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WP는 분석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에 민간인 보호와 구호품 확대 등을 요구해 왔지만, 이스라엘은 그간 미온적으로 반응해 왔다.
여기에 지난 1일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구호 활동가 7명이 이스라엘군 오폭으로 사망하자 바이든 행정부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에서 가자지구 전쟁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도 중단하겠다며 강하게 압박했다.
이같은 불만과 별개로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는 철회하지 않고 있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마이클 에릭 쿠릴라 미 중부사령관의 이스라엘 방문을 알리면서 “이스라엘 안보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철통같으며, 그대로 둘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스라엘도 이란의 보복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갈란트 장관은 11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오스틴 장관과 다시 대화를 나눴다며 “이스라엘 준비 태세와 자국민 방어를 위한 준비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도 오스틴 장관이 갈란트 장관에게 “이란 공격으로부터 이스라엘을 방어하기 위한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며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일각에선 미국의 지지는 이란이 보복 대응에 나설 경우 중동 주둔 미군도 공격받을 가능성이 우려되는 만큼 이에 대비하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란은 지난 1일 시리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이 이스라엘 공습을 받은 뒤 줄곧 미국과 연관성을 주장해 왔다.
이스라엘 공습을 받은 지 열흘이 지난 가운데, 이란은 현재까지 경고만 할 뿐 실제 보복 공격엔 나서지 않고 있다. 미국 정보당국에선 이란이 24~48시간 내 공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 지도부 움직임에 정통한 소식통은 이란 정부가 아직 최종 결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