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이 공화당 강경파 하원의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지원금을 증여가 아닌 차관으로 포장함으로써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반대를 넘을 수 있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 보도했다.
트럼프는 선거 유세 때마다 미국이 자체 국경 문제를 제쳐두고 외국을 지원하는데 반대해왔다. 또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반대 입장도 갈수록 강하게 밝혀왔으며 이에 따라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우크라이나 지원 반대 분위기가 확산돼왔다.
이에 따라 존슨 하원의장이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을 상정했을 때 트럼프가 소셜 미디어에 반대 입장을 밝히기만 했어도 통과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린지 그레이엄, 케빈 크레이머, 마크웨인 멀린 등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트럼프가 지난 2월 제시했던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 트럼프를 설득했고 존슨 의장도 트럼프를 찾아가 설득했다.
트럼프는 지난 2월 소셜 미디어에 “돌려받을 가망이 없는 돈을 절대 주면 안 된다”며 “미국이 더 이상 봉 노릇을 하면 안 된다”고 썼다.
상원의원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증여가 아닌 차관으로 하자는 아이디어를 트럼프가 제안한 것으로 포장하기로 했고 트럼프는 미국이 돌려받을 보장이 있다면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측근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승리할 경우 발생할 결과와 자신이 재선할 경우 전쟁을 휴전을 중재할 기회가 사라진다는 주변의 충고를 받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트럼프를 설득하기가 어렵지 않았다는 것이다.
상원의원들은 우크라이나가 자원이 풍부해 부국이 될 가능성이 크며 따라서 차관을 갚을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를 편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들은 특히 트럼프는 우크라이나가 패배하면 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된다는 점을 집중 강조했다고 한다.
그레이엄 의원은 담보만 충분하다면 돈을 빌려줘도 문제가 없다는 사고방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따라 자신이 지난달 우크라이나를 방문했을 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차관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주 미 P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차관 방식도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와 달리 지금은 상관없다. 살아남아야 하고 국민을 지켜야 하는데 당신들이 그렇게 하자고 하다면 그건 당신들이 정할 일이다. 제발 지원 결정만 내려달라”고 말했다.
이달 초 플로리다 마라라고의 트럼프 별장을 방문한 존슨 하원의장은 트럼프에게 우크라이나의 안정이 재선에 중요하다고 설득했다. 존슨은 지난주 TV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하지 않는 한 트럼프야 말로 평화를 이뤄낼 힘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설득에 트럼프는 존슨의 지원 예산 상정에 대해 명시적으로 반대하기는커녕 “증여가 아닌 차관으로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면서 존슨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는 지난 17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회동한 적이 있다. 두다의 측근들은 트럼프의 거래 중시 사고방식을 존중하는 덕분에 두 사람이 친한 사이가 됐다고 전했다. 두다는 트럼프와 회동하기 전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이 통과될 것을 낙관한다고 밝혔다.
다음날 트럼프는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우크라이나의 안보가 미국의 안보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모두 알듯이 우크라이나의 생존과 힘이 우리보다는 유럽에 더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중요하다! 유럽이여 움직여라”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