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가주 한국학원 산하 11개 한글학교들이 가을학기 개학을 앞두고 조건부 파업을 예고하고 나서 주말 한글학교들의 가을학기 수업 파행이 우려되고 있다. 교사들의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이미 가을학기 등록을 마친 학생들은 수업이 전면 중단돼 올 가을 학기가 통째로 사라질 수도 있다.
최근 남가주 한국학교 산하 한글학교 교장단은 교사와 직원들 공동 명의로 성명을 발표하고 교직원들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오는 21일부터 시작되는 가을학기 수업과 학교운영을 전면 중단하는 파업을 단행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번 파업 경고 성명에서 한국학원 산하 11개 한글학교 교직원들은 총영사관 주도로 새로 지명된 신임 이사 3명 사퇴와 박형만 전 이사장의 이사직 사퇴, 교장단의 이사회 발언권 부여 등 3개 조항을 현 이사회와 총영사관측에 요구했다.
이들은 요구조건이 관철 되지 않으면 오는 21일부터 11개 한글학교 교직원들은 가을학기 운영을 중단하는 파업을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가주 한국학교 산하 11개 한글학교 교직원들이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들고 나온 데에는 지난 수 년간 계속되고 있는 남가주 한국학원과 LA총영사관측의 한국학원 건물을 둘러싼 갈등이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지난 2018년 8월 남가주한국학원 산하 윌셔 초등학교가 설립 33년만에 폐교하자 윌셔초등학교 건물 용도를 둘러싸고 총영사관과 남가주 한국학원은 첨예한 갈등을 빚어왔다.

총영사관측은 이 건물에 유스문화센터를 건립하자며 일부 한인 인사들로 소위 ‘비상대책위’를 구성해 한국학원 이사진의 퇴진을 압박해고, 추진이 어렵게 되자 이사회의 일부 회계 불일치를 문제 삼아 주 검찰에 이사진을 고발해 한글학교 운영 문제에 주 검찰까지 개입시키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했다.
또, 이사진들이 완강히 퇴진을 거부하자 지난 2019년에는 한글학교들에 대한 한국 정부 지원금을 중단시켜 한글학교를 고사시키려 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고, 일부 이사들에 대해서는 한국 입국을 금지시키겠다는 비상식적인 막말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해 양측의 갈등이 극에 달한 적도 있다.
남가주 한국학원측이 운영비 조달을 위해 윌셔초등학교가 폐교한 건물을 한인 사립학교에 임대를 주려 하자 총영사관측은 건물임대가 규정 위반이라고 주장해 결국 임대 계약을 무산 시키기도 했다.
이번 한글학교 교직원들의 파업 선언도 지난 3년간 이어져 온 갈등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교장단이 퇴진을 요구한 새 이사진 3명은 모두 총영사관측이 주도로 지명한 인사들로 총영사관측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들 새 이사진 퇴진 주장은 한국학원에 대한 총영사관의 운영 관여와 간섭을 중단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학원 신미경 교육관의 발언도 이번 파업 선언이 총영사관의 지난친 운영 간섭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신미경 교육감은 “2세들의 한글 교육에 매진해야 하는 남가주 한국학원이 언제까지 한국 정부 지원금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는 LA 총영사관에 끌려다녀야 하느냐”고 답답함을 토로해 이같은 해석을 가능케한다.
또, 신 교육감은 남가주 한국학원 건물 용도를 둘러싼 이사회와 총영사관측의 힘겨루기를 지적해
남가주 한국학원과 총영사관의 갈등의 이면에는 폐교한 윌셔초등학교 건물 용도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박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