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자동차업체인 독일 폭스바겐 그룹이 수익성 악화로 87년 역사상 처음으로 독일 내 공장을 폐쇄하고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독일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2일(현지시간) NTV 등 외신에 따르면 폭스바겐 그룹은 “직원 일부 퇴직 및 퇴직금 지급을 통한 일자리 감축 계획만으로는 비용 절감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노사협의회에서 “유럽 자동차 산업이 매우 어렵고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2026년까지 100억 유로의 목표 수익 개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전에 계획했던 것보다 비용을 더 많이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영진은 최소한 완성차 공장과 부품 공장을 각각 1곳씩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 슈피겔은 공장폐쇄와 구조조정으로 일자리 2만여 개가 사라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독일 내 폭스바겐 직원은 약 10만명이다.
지난 7월 폭스바겐 그룹 산하 브랜드 아우디는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 Q8 e트론 생산을 중단하고 이 모델을 만드는 벨기에 브뤼셀 공장을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폭스바겐이 해외에서 공장을 폐쇄한 것은 36년 전이다. 지난 1988년 폭스바겐은 미국 웨스트모어랜드에 있는 공장 문을 닫았다.
그러나 독일에서 공장을 폐쇄한 적이 없다. 현재 폭스바겐은 독일 내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주요 생산시설을 비롯해 하노버·엠덴·오스나브뤼크·브라운슈바이크·잘츠기터·카셀·츠비카우·드레스덴·케미츠 등에 공장을 두고 있다.
경영진은 1994년부터 유지해온 고용안정 협약도 종료하겠다며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폭스바겐은 전기차 수요 부진과 중국 업체들의 가격 공세, 아시아 기업들의 공격적 경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에 따르면 경영진은 2026년까지 100억유로(약 14조8000억원)로 책정한 비용절감 목표를 40억~50억 유로(약 5조9000억~7조4000억원) 더 상향하기로 했다.
반면 노조는 강하게 반발했다.
다니엘라 카발로 노사협의회 의장은 “경영진의 계획은 우리 일자리와 노동 현장, 단체협약에 대한 공격”이라며 “우리는 이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산업노조(IG메탈) 측은 “폭스바겐의 근간을 뒤흔드는 무책임한 계획”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