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루려는 목적이 무엇인지에 이목이 쏠린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예정된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의 눈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막아내는 데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2일 미국에 도착해 펜실베이니아 포탄 공장을 방문했다. 그는 방문 동안 유엔 총회,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참석을 비롯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회담도 성사될 것으로 점쳐진다.
더타임스는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불리한 평화 협정에 강제로 끌려가지 않도록 트럼프 대비 안전보장을 원한다고 평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 같은 인식을 강화한 계기는 앞서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오하이오 상원의원이 선거에서 승리하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현재 점유한 영토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종전을 구상하고 있다고 발언한 일 때문이다. 밴스 의원 구상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종전 뒤에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비롯한 일부 국제기구 가입이 금지된다.
나토 회원국 사이 이견으로 우크라이나가 가입을 허락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행정부가 이 같은 기조를 가진 사람으로 채워진다면 우크라이나의 숙원사업인 나토 가입은 요원해질 가능성이 크다.
논의에 참여한 한 서방 외교관은 “미국 대선이 우크라이나에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미국 대선)결과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있어 자신의 계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러시아는 미국에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기로 결심한 정부(해리스 정부)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면 협상 가능성과 관련한 러시아의 태도가 확실히 바뀔 것”이라며 “그러나 만약 트럼프 후보가 그들에게 값싼 탈출구를 제공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그걸로 (협상은) 끝”이라고 분석했다.
유엔 연설에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가 마련한 ‘승리 계획’을 제시하겠다고 예고했다.
승리 계획으로 불리는 우크라이나 측 종전 방안은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 뒤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승리 계획이 4가지 주요 사항과 종전 뒤 상황과 관련한 5개 항으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4가지 주요 사항은 ▲나토 회원국 사이 상호방위조약과 유사한 서방의 안전보장 요청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주 진격을 계속해 영토 협상을 풀어갈 패 제공 ▲’특정’ 첨단 무기 요청 ▲파괴된 우크라이나 경제 재건을 위한 국제적 재정 지원 등이다.
가장 큰 논의 주제로 꼽히는 서방 지원 미사일의 러시아 본토 심부 타격 허용도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허용 여부와 관계없이 그 결과가 발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나토 회원국의 한 외교관은 “이는 영국과 미국의 결정”이라면서도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의 위협 수준이 이렇게 강했던 적이 없다. 중요한 문제는 우리가 실제 (러시아의) 레드라인(허용 한계선)이 어디인지 모른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소속 군사과학 책임자인 매슈 사빌은 “러시아가 타협할 준비가 되도록 강요할 실행 가능한 선택이 무엇이겠나”라면서 “이것은 억지가 아니라 강요다. 푸틴 대통령이 더 이상 (전쟁을) 실행할 수 있다고 판단하지 못할 정도로 침공 비용을 높여야 한다”고 전했다.
한 나토 회원국 외교관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자국에서 몰아낼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러시아가 협상을 강요받을 때까지 우크라이나가 계속 전쟁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목표다. 이는 매우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묘사했다.
다만 밴스 의원이 주장한 대로 현 상태로 갈등을 동결하고 우크라이나가 비동맹 상태로 남도록 남기면 “재앙적 결과가 될 수 있다”며 “이는 협상의 기초가 될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하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