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이 대형 은행 및 신용조합이 초과인출(overdraft) 수수료를 최대 5달러로 제한하거나 더 엄격한 규제를 적용받도록 하는 최종 규정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초과인출 수수료를 평균 25달러에서 35달러 수준에서 대폭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CFPB는 초과인출 수수료가 5달러 수준이면 은행들이 초과인출 서비스 운영에 드는 비용을 대부분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초기 논의되었던 3달러 수준보다는 높지만, 소비자들에게 여전히 큰 절감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초과인출 수수료란는 계좌 잔액이 부족하지만 은행이 결제를 처리해주는 경우 부과되는 수수료다. 만약 여러 건의 거래가 발생하면 수수료가 누적되어 소비자에게 더 큰 부담을 안길 수 있다.
CFPB에 따르면 매년 약 2,300만 가구가 초과인출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다.
이번 규정은 자산 규모 100억 달러 이상인 대형 은행과 신용조합 약 175곳에 적용되며, 2025년 10월 1일 발효될 예정이다.
은행들은 수수료를 5달러로 제한하는 대신 몇 가지 대안을 선택할 수도 있다.
‘손익분기점’ 수수료를 설정해 실제 운영 비용만 충당하는 수준으로 책정하는 방법. 그러나 이 경우 은행은 비용에 대한 세부 기록과 증명을 요구받게 된다.
대출 상품으로 전환해 초과인출 수수료에 대한 이자율을 공시하고, 대출 규정을 준수하면서 고객에게 선택권을 제공하는 방법. 이 경우 소비자에게는 추가 서류와 비교 쇼핑 기회가 주어진다.
CFPB는 은행들이 기존의 **진실공시법(Truth in Lending Act)**의 허점을 이용해 과도한 초과인출 수수료를 부과했다고 지적하며, 이번 조치로 연간 50억 달러의 소비자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초과인출 수수료를 지불하는 가구당 평균 225달러를 절약하는 셈이다.
은행업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미국은행협회(ABA)와 소비자은행협회(CBA)는 CFPB의 규정이 법적 권한을 초과했다며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규정이 초과인출 서비스를 축소시키고, 저소득층이 급전 대출(payday loan)이나 전당포와 같은 더 나쁜 대안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공화당이 상원, 하원, 백악관을 장악할 경우 이번 규정의 운명은 더욱 불확실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의회가 의회검토법(Congressional Review Act)을 통해 규정을 무효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비자 단체들은 이번 조치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전국소비자법센터(NCLC)를 비롯한 단체들은 은행들이 단순한 실수를 빌미로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해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을 안겨왔다고 비판해왔다. CFPB는 초과인출 수수료가 대부분 26달러 이하의 거래에 발생하며, 3일 이내에 상환되는 경우가 많음에도 은행들이 평균 35달러를 부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몇몇 대형 은행은 CFPB의 정크 수수료 단속 이후 초과인출 수수료를 낮추거나 폐지한 상태다. 예를 들어,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2022년 초과인출 수수료를 35달러에서 10달러로 낮췄다. 그러나 여전히 소비자들은 2023년에만 초과인출 및 부족자금(NSF) 수수료로 58억 달러 이상을 지불했다.
CFPB는 이번 조치가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재정적 완화책을 제공하며, 은행업계에 더 큰 투명성을 요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행업계의 반발과 정치적 변수를 감안할 때, 이번 규정의 최종 시행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소비자 보호를 위한 중요한 정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