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관세 압박 속 대미 투자 확대…삼성 등 한국 반도체 업계 긴장
타이완 반도체 기업 TSMC가 애리조나에 1천억 달러(약 145조 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존 바이든 행정부 시절 발표한 650억 달러와 별개로 추진되는 투자로,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3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기자회견을 한 TSMC 웨이저자(魏哲家) 회장은 “이번 투자까지 포함하면 미국 내 총 투자액은 1,650억 달러(약 240조 원)에 달한다”며 “수천 개의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강조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에 발맞춘 행보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이같이 밝히며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인공지능(AI) 반도체가 바로 이곳 미국에서 만들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TSMC는 애리조나주에 있는 반도체 공장 확대 등 향후 4년간 반도체 공장 건설을 위해 투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TSMC의 투자 발표를 적극 환영하며, 반도체 산업이 미국 국가 안보 차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가 없으면 라디오나 TV도 만들 수 없다”며 “사업적 측면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 차원에서도 반도체 산업은 반드시 미국 내에서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타이완 등 해외에서 제조되는 반도체가 미국 내에서 생산돼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으며, 수입 반도체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도 예고한 상태다.
TSMC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66억 달러 규모의 미국 정부 보조금을 받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보조금 지급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오히려 투자 규모를 확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2030년까지 애리조나에는 TSMC의 세 번째 반도체 공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은 이번 투자로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TSMC의 대규모 투자 발표로 인해 삼성전자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대응도 더욱 긴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보호주의 정책이 강화될 경우, 한국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 확대와 동시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