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과학 전문 매체 라이브 사이언스 등에 따르면 미국 웨인 주립대 의과대 연구진은 최근 학술지 ‘정신의학 사례 보고서’에 발표한 논문에서 비타민 결핍으로 인한 사례를 소개했다.
미국 미시간주에 거주하는 한 36세 여성은 극심한 피로, 복통, 호흡 곤란 증세로 응급실을 찾았다. 이 여성은 비만, 수면 무호흡증, 불안,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다양한 병력을 가진 상태였다.
의사는 낮은 헤모글로빈과 혈소판 수치를 확인해 추가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이 여성은 비타민 B12 흡수를 방해하는 항체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 면역 체계가 비타민 B12 흡수에 필요한 위 점막 세포를 공격하는 자가면역 질환을 가진 것이다.
비타민 B12가 부족하면 건강한 적혈구를 제대로 생산하지 못해 빈혈이 발생하며 장기적으로는 인지 기능 저하, 기분 장애, 심한 경우 정신병 증상까지 초래할 수 있다.
여성은 정신과 전문의에게 “한 달 이상 매일 두세 차례 가정용 가루 표백제를 먹었다”면서 “냄새와 거친 질감에 강하게 끌렸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어 “표백제를 손가락에 묻혀 입에 넣은 후 맛을 보고 뱉어냈으며 실제로 삼키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비식품을 강박적으로 섭취하거나 맛보는 ‘이식증’의 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식증은 종종 흙, 머리카락, 플라스틱, 돌 등 비식품 물질에 대한 섭취 욕구를 보이는 증상을 말한다. 얼음을 깨물어 먹기나 손톱 물어뜯는 행위도 여기에 포함된다.
의료진은 여성에게 수혈, 비타민 B12 보충 치료를 실시해 상태를 안정시켰다고 한다. 이후 이 여성을 퇴원 시키면서는 비타민 B12 보충제와 위산 억제제를 처방했다.
연구진은 이번 사례가 비타민 B12 결핍으로 인한 이식증의 희귀 사례라면서 “이식증은 단순한 정신적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생리적·병리적 상태와 얽혀 있는 복합적인 증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