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하면 상사가 고함을 지르는 모습, 휴게실에서 오가는 저속한 농담, 또는 회의 시간에 주고받는 부적절한 발언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만약 괴롭힘이 직방 밖에서 개인 휴대전화나 심지어 집에서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럴 때에도 캘리포니아 노동법이 직원을 보호할까요?
바로 이러한 질문이 최근 캘리포니아 항소법원에서 다뤄졌습니다. 사건명은 Kruitbosch v. Bakersfield Recovery Services, Inc.로, 법원은 상사가 아닌 동료가 근무 외 시간에 직장 밖에서 저지른 괴롭힘에 대해 고용주가 직접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직원이 괴롭힘을 보고했을 때 고용주가 방치하거나 조롱하는 태도를 보이면, 그 자체가 직장 내 환경을 적대적으로 만들어 불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Kruitbosch는 Bakersfield Recovery Services라는 재활 지원 기관에서 일하는 직원이었습니다. 그런데 동료 직원 Sanders가 원치 않은 누드 사진을 여러차례 보냈고 허락 없이 집에 찾아왔으며 반복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하는 등 직장 밖에서 Kruitbosch를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괴로웠던 Kruitbosch는 인사팀에 이를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HR 담당자는 직장 밖에서 일어난 일이니 회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사실상 방관했습니다. 게다가 HR 담당자는 그를 조롱하듯 소셜미디어에 개가 낑낑거리는 영상을 올리며 “이게 사무실의 하루”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HR은 또 “더 이상 사진을 받지 않길 바란다”며 비꼬는 말을 직접 건네기도 했습니다.
회사는 Sanders과 Kruitbosch를 분리하기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징계도 없었습니다. Kruitbosch는 직장에서 Sanders를 피하려 애썼지만 마주칠까 두려운 마음, 회사가 자신을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조롱한다는 사실 때문에 극심한 불안에 시달렸습니다. 결국 그는 견딜 수 없는 근무 환경 속에서 일주일 만에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그는 Sanders의 행위와 회사의 대응을 이유로 성희롱, 차별, 보복 행위를 주장하며 캘리포니아 공정고용주택법(Fair Employment & Housing Act; FEHA) 위반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캘리포니아 항소법원은 사건을 부분적으로 인정하고 일부는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Sanders의 성적인 괴롭힘이 명백히 부적절하다고 보았지만, 그것이 직장과 관련된(work-related) 행위라고 보기에는 부족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는 Sanders가 직장 행사나 업무를 구실로 괴롭힌 것이 아니고, 회사가 지원하는 자리에서 일어난 것도 아니며, 근무와 관련된 사교 행사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런 사적인 행동에 대해 고용주가 직접 FEHA 위반 책임을 질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은 한편, Kruitbosch가 괴롭힘을 신고했을 때 회사가 보인 태도, 즉 아무런 조사도 보호조치도 없이 오히려 그를 조롱한 행위가 그의 근무 환경을 객관적으로 심각하게 변화시켰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FEHA에서 금지하는 적대적 근무 환경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괴롭힘 자체가 회사 밖에서 일어났더라도, 신고 이후 고용주의 대응 태도가 법적 문제의 핵심이 될 수있다는 점을 법원이 확인한 것입니다.
이번 판례를 통해 근로자 입장에서 꼭 기억해야 할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근무 시간 외에 직장 밖에서 발생한 괴롭힘이라고 해서 그냥 참을 필요는 없습니다. 설령 고용주가 그 행위 자체에 곧바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신고 이후 회사의 대응은 반드시 중요해집니다.
괴롭힘이 발생하면 서면 기록을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메일, 공식 신고서, 날짜와 시간까지 적힌 메모 등 어떤 형식이든 좋습니다. 회사가 문제를 인지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나중에 대응할 때 훨씬 유리합니다. Kruitbosch 사건도 결국 회사가 신고를 받고도 무시한 태도가 문제의 핵심이 되었습니다.
괴롭힘 자체가 아니라 회사의 무대응이나 방치 때문에 업무 환경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되어 결국 사직할 수밖에 없었다면, 이것은 법적으로 사실상 해고(constructive discharge)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형식상 본인이 퇴사했더라도, 실질적으로는 회사가 퇴사를 강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취급됩니다.
현실적으로 많은 직원들이 근무 시간 외 직장 밖에서 일어난 괴롭힘을 신고하길 주저합니다. 그 이유는 다양합니다. “HR이 날 비웃으면 어쩌지?” “직장 밖에서 일어난 일이니 회사가 신경 안 쓸 텐데.” “괜히 문제를 키우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 Kruitbosch 사건은 이런 불안이 근거 없는 것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그는 HR로부터 조롱과 무시를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동시에, 고용주의 방치와 조롱 자체가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직원들에게 보호받을 권리가 있음을 일깨워줍니다.
캘리포니아 노동법 변호사 강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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