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 LA 산불이 발생한 지 거의 9개월이 지났지만, 수백 명의 주택 소유자들은 여전히 복구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 때문이다.
특히 화재 보험의 최후 수단으로 알려진 캘리포니아 FAIR 플랜에 가입된 주택 소유자들의 좌절감이 크다.
주택이 전소되지 않았지만 피해를 입었거나 연기로 오염된 집을 가진 일부 가입자들은 보험 청구가 거부되는 일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FAIR 플랜이 악의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느낀다.
LA 지역 피해자들은 페어플랜이 아닌 스테이트팜을 상대로 집 복구가 지연되고 있는 점을 들어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많은 주택 소유자들은 자신들이 가입한 보험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의 밧줄이 될 것이라 믿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퍼시픽 팰리세이즈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집이 전소되지는 않았지만 화재당시 창문이 깨지면서 엄청난 먼지와 산불 재가 집안으로 날아들어왔다.
산불을 꺼졌지만 아직 집안 청소는 물론, 집안으로의 진입도 조심하고 있다. 집 안 물건을 만지거나 가져가지도 못하고 있다.
캐피로 알려진 주민의 변호인이 의뢰한 환경 검사에 따르면, 그녀의 거실에는 수은, 비소, 크롬 등의 중금속 오염 수치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 6월, 캘리포니아 FAIR 플랜 측은 그녀에게 보낸 서한에서 “현장 조사관이 집 내부에서 연기, 재, 그을음으로 인한 영구적인 손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캐피는 “솔직히 말해서, 모욕적이기까지 해요”라고 말했다.
그녀와 어머니는 변호사를 고용해 제염 및 복구 비용 전액 보상을 요구하며 FAIR 플랜과 맞서고 있다.
변호사는 “FAIR 플랜은 연기가 마치 화재와 무관한 손실인 것처럼 왜곡하고 있어요. 실제로는 연기가 화재로부터 발생한 건데 말이죠.”
또 다른 피해자 스캇 정워스도 이미 FAIR 플랜을 상대로 ‘악의적 보험 거절(bad faith)’ 및 ‘계약 위반’ 혐의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도 자신의 집 안에 납, 청산가스, 기타 중금속이 있다는 이유로,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다.
정워스는 “수리비로 제시된 금액이 1만 달러도 안 됐어요. 말이 안 되는 수준이죠.”
정워스 가족의 변호사 딜런 셰이퍼는 “제가 20년간 보험 관련 사건을 다뤘지만, 이렇게 악의적인 보험사는 처음 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산불 피해 지역의 수백 명이 FAIR 플랜의 화재 보험으로 연기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FAIR 플랜이 집의 외관은 멀쩡해도 내부에 피해가 있다는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 이상, 집 구조물이 멀쩡하게 남은 이들조차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가끔은 그냥 내 방으로 가서 침대에 누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릴 적 그리던 안전한 공간처럼요,”라고 캐피는 말했다.
불과 몇 주 전, 개빈 뉴섬 주지사는 FAIR 플랜의 연기 피해 처리 방식이 불공정하다며 비판 서한을 보낸 바 있다.
이는 LA 카운티 고등법원 판사가 FAIR 플랜의 연기 피해 보상 방식이 캘리포니아 법률을 위반하고 있다고 판결한 직후 나온 것이다.
한편, 캘리포니아 보험국은 현재까지 FAIR 플랜을 상대로 제기된 민원 건수가 100건 이상에 달한다고 밝혔다.
민원 건수 해결도 해결이지만, 산불 피해 주민들은 9개월이 지난 지금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박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