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영국 데일리메일은 외식업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쉐린 가이드’가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UAE), 이스라엘 등 여러 국가의 관광청으로부터 수백만 달러를 받고 해당 국가의 미쉐린 가이드를 발간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실제 레스토랑에 부여되는 ‘미쉐린 별’이 금전적 계약의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00년 프랑스 타이어 회사 미쉐린에서 출발한 이 가이드는, 한 세기 이상 유럽을 중심으로 확장을 이어왔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부터는 뉴욕, 도쿄, 홍콩 등 아시아와 북미로 영역을 넓혔다. 동시에, 인쇄 가이드북 판매가 줄고 디지털 매체에 밀리면서 재정 악화에 직면했다.
이후 미쉐린은 관광청과의 제휴를 새로운 수익 모델로 채택했다. 관광청은 미쉐린을 통해 자국의 외식업계를 세계에 알릴 수 있고, 미쉐린은 운영 자금을 확보하는 식이다.
한국관광공사도 4년간 총 100만 달러(약 14억원)이상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16년 처음 미쉐린의 서울판이 발간됐으며, 총 24개의 레스토랑이 ‘미쉐린 별’을 받았다.
미국 CNN에 따르면 2017년 태국 관광청은 2017년 미쉐린 가이드 발간을 위해 약 440만 달러(약 62억원)을 지급했고, 당시 17개 식당이 미쉐린 별을 받았다.
하지만 이러한 제휴는 미쉐린 평가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2018년까지 전 세계 모든 3스타 미쉐린 식당을 방문한 최초의 인물인 음식 평론가 앤디는 “관광청은 돈을 냈고, 그 대가로 별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런던대 이딩 텅 교수 역시 “정부나 관광청과의 과도한 협력은 미쉐린 브랜드의 신뢰도를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 미쉐린이 호텔·와인 평가 사업까지 확장하는 상황에서 이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셰프 토마스 프레이크(2020년 마스터셰프 우승자)는 “베트남 길거리 음식 가판대도, 런던 고급 레스토랑도 같은 ‘별 하나’를 받는다. 기준이 명확히 공유되지 않는다면 이용자 입장에선 혼란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미쉐린 측은 이러한 논란에 대해 “가이드를 만들기 위한 출장비와 조사비 지원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평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미쉐린 가이드는 각국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며 “물론 일정 금액을 받지만, 각 국가들을 요리 관광지로 부각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는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쉐린은 해당 국가의 외식 시장 수준을 고려해 레스토랑이 ‘별’ 1개, 2개 3개를 받는지를 결정한다”라고 덧붙였다.
외식업 마케팅 전문가 리네 스미스는 “미쉐린 역시 비즈니스다. 가이드를 제작하는 데 비용과 시간이 든다. 편집 기준이 지켜지고 실제로 돈을 주고 ‘별’을 살 수 있는게 아닌 이상 문제될 건 없다고 본다”고 했다.
또한 “이 비용이 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미자격 식당들에게는 조언만 제공될 수도 있다”고 했다. 미쉐린의 제휴 담당자 줄리아나 트윅스 역시 “미쉐린이 모든 국가나 도시를 대상으로 가이드를 만들지는 않으며, 모든 계약이 가이드북 발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쉐린 가이드는 여전히 셰프들에게 강한 상징성을 지닌다고 데일리메일은 보도했다.
뉴질랜드 말보로에서 펍을 운영 중인 토마스 프레이크 셰프는 “나는 별을 목표로 하지는 않지만, 미쉐린의 핵심 원칙인 좋은 재료, 풍미, 조리 기술, 개성, 일관성을 기준으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