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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불운은 삶의 새로운 시작점…’한낮의 불운’

그렉 이건의 21세기 애착 단편…'잠과 영혼' 참사 피해자를 온전히 이해하기…'성냥과 풋사과'

2026년 03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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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불운’ (사진=다산책방 제공) 2026.03.10. photo@newsis.com

▲한낮의 불운(다산책방)=베로니크 오발데
2024년 공쿠르 단편소설상 수상작으로, 실패와 우연, 오해와 상실 등 부조리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삶의 순간들을 풀어냈다.

총 8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소설집의 각 주인공은 불운한 상황에 놓여있다. ‘불운 대물림’에 빠진 사내, 남편의 장례식이 끝난 후 집에 강도가 든 할머니 등 각자만의 어려움에 처해있다. 다만 불운이 파국으로 끝나기보다 삶의 다른 면을 비추는 역할로 작동한다.

한때 자신의 상황에 절망하고 좌절하기도 하지만 인물들은 그 속에서 교훈을 깨닫는다. 저자는 불운은 끝이 아닌 또 하나의 출발점이자 삶을 성찰하게 되는 장치로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소설집의 단편들은 독립적인 내용을 전개하면서도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한다. 한 단편의 주인공이 다른 단편에 등장인물로 등장하기도 한다.

▲잠과 영혼(그렉 이건)=허블

현대 하드 SF 대표 작가로 꼽히는 저자가 21세기에 발표한 작품 중 핵심만 선별해 담아냈다. 국내에는 2년 만에 출간하는 소설집이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이 책에는 내가 근래 집필한 중단편 중에서도 특히 애착을 느끼는 작품들이 실려 있다”고 말했다.

표제작은 19세기 미국을 배경으로, ‘혼수상태를 영혼의 부재’로 간주하는 기독교 교리가 뿌리박힌 시대상에서 전개된다. 소설 속 인류는 잠이 불필요한 존재로 진화하지만 의식을 잃게되면 영혼이 사라졌다고 믿는다. 불의의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한 노동자는 생매장을 당하는 참사를 겪는다.

겨우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오지만 사람들은 그가 죽었다고 보고, 그는 자신의 ‘살아있음’을 증명하며 고군분투한다. 저자는 이런 배경에서 인류가 자각 능력만으로 증명되지 않는 존재의 불완전함을 드러내고, 인간 존엄에 대해 논한다.

한편 저자는 표제작 외 수록작 중 일부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사람들이 서로 돕고 협력하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성냥과 풋사과(위즈덤하우스)=단요
서른일곱 ‘선재’와 열다섯 소년 ‘건우’는 같은 비극을 공유한다. 대형 화재로 부모를 잃고 할아버지 손에 자란 선재는, 자신과 비슷한 끔찍한 사고를 당해 마음의 문이 굳게 닫혀있는 친척 건우를 돌보게 된다.

선재는 과거 자신의 모습이 비치는 건우에게 마음이 가고 그를 도우려 한다. 건우는 이미 참사의 후유증으로 내면을 드러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삶을 살아가는 이들은 함께 슬픔을 공유하며 점점 극복해 나간다.

저자는 비극 이후 남은 이들의 삶을 주제로, 우리가 보지 못했던 참사 피해자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을 기다려주고, 자신의 삶이 다시 온전한 상태로 재건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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