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년간 유지돼온 DACA(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 제도의 핵심 보호 기능이 사실상 무너졌다. 미국 법무부 산하 이민항소위원회(BIA)가 “DACA 신분만으로는 추방을 막을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전국 50만 명 수혜자들이 직접적인 추방 위험에 노출됐다.
연방 법무부에 따르면 BIA는 4월 25일 판결에서 DACA 수혜자 카탈리나 산티아고의 추방 절차 종료 결정을 뒤집고, “DACA 신분은 추방 면제의 충분한 근거가 아니며 개별 사정을 종합적으로 심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DACA 신분을 근거로 추방 절차를 종료해온 기존 관행을 정면으로 뒤집는 판단이다.
산티아고는 2012년부터 DACA 신분을 유지해온 장기 수혜자로, 하급 이민법원은 이를 근거로 추방 절차를 종료했지만 항소위는 이를 “법적 오류”라고 규정했다. 사건은 다른 판사에게 재배당됐다.
이번 판결의 파장은 광범위하다. DACA는 2012년 오바마 행정부가 도입한 프로그램으로, 어린 시절 미국에 들어온 불법체류 청년들의 추방을 유예해왔다. 현재 약 50만 명이 해당 제도의 보호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DACA는 더 이상 ‘자동 보호막’이 아닌 임시적 행정 조치로 전락했다. 앞으로는 개별 사건마다 추방 여부가 다시 판단되며, 갱신 과정에서도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캘리포니아에는 전체의 약 28%에 해당하는 14만 명 이상의 DACA 수혜자가 거주하고 있어 한인 사회를 포함한 이민 커뮤니티에 직접적인 충격이 예상된다. 상당수 젊은 이민자들이 학업과 취업을 DACA 신분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법적 불안정성이 급격히 커졌다는 평가다.
항소이민위원회의 판결 기조도 논란이다. NPR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공개된 선례 판결의 97%가 정부 측 입장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6년 평균보다 3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로, 사실상 정부에 유리한 방향으로 기울어진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민단체들은 이번 판결을 “조용한 철폐”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민자 권익단체 United We Dream은 “DACA는 이미 해체 과정에 들어갔다”며 “커뮤니티가 그 대가를 직접 치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상원 의원 딕 더빈도 “무자비한 조치”라고 지적했지만, 현재 의회 권력 구도상 입법 대응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DACA를 공식 폐지하는 대신 행정·사법적 압박을 통해 사실상 기능을 무력화하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국토안보부는 일부 수혜자들에게 자발적 출국을 권고하는 지침을 내린 바 있다.
결국 이번 판결은 단순한 개별 사건을 넘어 DACA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14년간 유지돼온 보호 장치가 무너지는 가운데, 수십만 명 이민자들이 다시 추방 위험의 최전선에 서게 됐다.
김상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