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급격히 꺾이면서 현지에서도 ‘미스터리’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25일 기준 일본의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119명, 사망자 수는 2명이다. 지난 8월 일일 확진자가 최고 25000명 이상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확연히 줄어든 수치다. 이에 전문가들은 유동인구 감소·백신접종 효과 발현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고 분석한다.
코로나19 관련 국제 통계 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 따르면 일본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9월부터 급격하게 감소세를 탔다. 9월 초 직전 달 절반인 1만 명대에 접어들었고, 10월 200명대를 찍고 이달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현재 주요국 코로나19 확진자가 많게는 하루 7만 명에 달하는 것과 비교되는 양상이다. 인구 100만 명 당 확진자 수를 비교해봐도 24일 0시 기준 한국(76.7), 미국(333.9), 영국(629.7), 싱가포르(381.22)인 반면 일본은 0.58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이 현상의 원인을 두고 일본 내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 수가 적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일본은 애초 유증상자에 한해서 유료 PCR 검사를 받도록 했다. 만약 확진자는 늘어나는데 검사 수만 축소했다면 양성률이 높게 나와야 맞다. 현재 일본의 양성률은 0.3% 수준으로, 오히려 감염이 줄어 검사 수도 자연히 줄어들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 집단 면역을 이뤘다는 의견도 있다. 백신 접종을 2차까지 완료한 비율이 76.8%인 점을 고려할 때 타당하다. 다만 싱가포르, 이스라엘 등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에서 현재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다는 반례가 있다.
전문가들은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이동량 감소’를 꼽는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단 움직이지 않아서 그렇다”며 “일본 사람들 이동량이나 접촉이 우리나라에서 한창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됐을 때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화여대 호흡기 내과 교수도 철저한 개인 방역을 이유로 꼽았다. 천 교수는 “일본 사람들의 생활은 절제되어 있다”며 “마스크를 잘 쓰는 등 위생을 신경 쓰고 이동량이 감소해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일본 내 야외 활동량은 코로나 이전과 대비했을 때 확연히 감소했다. 지난 15일부터 22일까지 일주일 간 일본 내 식당, 카페, 쇼핑 센터 등을 분석한 결과, 방문자는 3~5% 감소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코로나 확산 이전보다도 오히려 13~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 올림픽을 기점으로 자연 감염을 통해 면역을 얻었다는 주장도 있다. 천 교수는 “도쿄처럼 인구 밀도가 높은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감염돼 면역력을 얻었을 수 있다”고 했다. 동시다발적 감염이 면역체계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또 백신 종류 및 접종 시기가 적절해 집단 면역이 형성됐다는 의견이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등을 접종한 일본인은 극히 일부이며, 접종자의 99.9%가 델타 변이에 강력한 mRNA 방식 백신(화이자 및 모더나)을 맞은 것으로 드러났다.
백신 접종 주기가 매우 짧았던 것도 한 몫 했다. 천 교수는 “일본에서는 델타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렸던 6~8월 사이 백신이 집중적으로 접종됐다”며 “화이자 같이 항체가 많이 형성되는 백신을 동시에 맞은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단기적인 집단 면역은 한계가 있다. 엄 교수는 “(일본의 현 상황이)이동량 감소와 백신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동량이 늘거나 백신으로 형성한 면역 체계가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천 교수도 “고령자를 중심으로 면역이 떨어지면서 확진자가 늘어날 수 있다”며 “지금은 겨울이라 대유행이 언제 또 올지 몰라 일본도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