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열린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 후보 6인의 TV 토론에서는 노숙자 문제부터 세금 정책까지 다양한 쟁점을 둘러싸고 뚜렷한 당파 간 입장 차가 드러났다. 동시에 민주당 후보들은 뚜렷한 선두 주자가 없는 혼전 양상 속에서 서로를 차별화하는 데 주력했다.
이번 선거는 한 세대 만에 처음으로 확실한 유력 후보가 없는 개방형 경쟁 구도로 치러지며, 투표용지에는 50명이 넘는 후보가 이름을 올렸다. 6월 2일 예비선거를 앞두고 다음 달 초부터 우편 투표용지가 유권자들에게 발송될 예정이다.
토론은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으며, 후보 간 발언을 끊거나 겹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이는 유권자들에게 긍정적인 첫인상을 남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번 토론에는 공화당의 주요 후보인 보수 논객 스티브 힐튼과 리버사이드 카운티 셰리프 채드 비앙코, 그리고 민주당 후보인 전 연방 하원의원 케이티 포터, 억만장자 톰 스타이어, 산호세 시장 맷 마한, 전 바이든 행정부 보건복지부 장관 하비에르 베세라가 참여했다.
90분간 이어진 토론에서 후보들은 주택 문제와 산불 보험, 소셜미디어, 가솔린 세금 등에 대한 질문을 받았으며, 각자의 경력과 자산, 그리고 주의 방향성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 후보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겠다는 입장을 강조한 반면, 공화당 후보들은 현재의 문제를 민주당 책임으로 돌렸다.
스타이어는 “도널드 트럼프는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캘리포니아를 압박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숙자 정책을 둘러싼 논쟁에서는 당파 간 입장 차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거리 노숙자가 가장 많은 주로, 민주당 후보들은 퇴임을 앞둔 개빈 뉴섬 주지사의 대응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공화당 후보들은 막대한 세금이 투입됐음에도 성과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힐튼은 “모든 것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왔다”고 말했고, 비앙코는 주 정부의 노숙자 대응을 “참담한 실패”라고 평가했다.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사용 제한 여부에 대해서는 당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스타이어와 베세라는 사용 금지에 찬성 입장을 밝혔고, 힐튼은 사회적으로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터는 해당 연령 기준에 대한 전면 금지에는 반대하면서도 다른 연령 기준에는 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비앙코와 마한은 부모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며, 마한은 16세 미만은 부모 동의를 전제로 하고 학교 내 휴대전화 사용은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에서는 후보 간 차별화를 위한 공방도 이어졌다.
특히 스타이어의 재산과 과거 사업 활동이 반복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마한은 “스타이어가 지은 주택은 민간 교도소와 이민자 구금 시설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스타이어는 자신과 배우자가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수천 채를 지원했다고 반박했다.
스타이어는 경쟁 후보들보다 광고에 훨씬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점과 관련한 질문도 받았다. 그는 전력회사 등 대기업들이 자신을 겨냥해 수백만 달러를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타이어는 “나는 다른 억만장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려는 억만장자”라며 “전력 독점을 깨고, 석유 기업에 과세해 오염 책임을 묻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캘리포니아의 독특한 예비선거 제도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모든 후보가 동일한 투표용지에 오르고, 득표 상위 2명이 11월 본선에 진출하는 방식이다. 민주당은 후보 난립으로 공화당 후보 두 명이 동시에 본선에 오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 유력 후보였던 에릭 스왈웰 연방 하원의원이 성폭행 의혹으로 경선과 의회에서 물러나면서 선거 판도가 흔들렸다. 그는 해당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베세라와 마한은 스왈웰의 중도 하차 이후 토론에 합류했으며, 두 후보 모두 최근 지지와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베세라는 토론 후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유일하게 거부했다.
포터는 의회 청문회에서 화이트보드를 활용해 기업 CEO들을 추궁하며 유명세를 얻었고, 당선될 경우 캘리포니아 최초의 여성 주지사가 될 수 있다. 스타이어는 기후 문제 활동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베세라는 연방 장관과 주 검찰총장, 연방 하원의원 등을 역임했다. 마한은 북가주 최대 도시를 이끌며 노숙자와 범죄 문제 해결 성과를 강조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오랜 기간 민주당이 주도해온 지역으로, 공화당은 지난 20년간 주 전체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힐튼과 비앙코는 이러한 일당 중심 정치가 현재의 문제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비앙코는 민주당 정책이 생활비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고, 힐튼은 “여기 있는 모든 민주당 후보는 작동하지 않는 시스템의 일부”라고 말했다.
이번 토론은 넥스타 미디어 그룹이 주최했으며, 지역 방송과 뉴스네이션을 통해 방영되고 온라인으로도 중계됐다.
토론회를 지켜 본 유권자들 가운데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주민은 “이번 토론회가 약간의 도움이 됐다”고 말하고, “민주당과 공화당의 차이점이 뚜렷했다”고 평가했다.
박성철 기자(sungparkknews@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