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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승환의 MLB] 돌아온 로드리게스, 혹독한 세례 — 그래도 에인절스는 앞을 본다

2026년 0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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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일) 오전 10시, 57번 프리웨이 위 하늘은 구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태양도 보이지 않는 흐린 날, 에인절스 스타디움 프레스박스엔 데이게임 특유의 이른 아침부터 기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프리웨이 시리즈 3차전, 그 마지막 날이었다.

잔뜩 구름이 가득한 빅에이 스타디움 오전 모습. 석승환

경기 시작 전부터 선수들의 움직임은 분주했다. 다저스의 김혜성은 미겔 로하스와 일찌감치 그라운드에 나와 둘이서 개인 수비 연습을 소화했다. 낮경기가 있는 날엔 그라운드 타격 연습 대신 모두 배팅 케이지로 향한다.

일찍 나와 수비 개인 연습을 하는 김혜성 선수, 오늘은 2안타를 만들어냈다. 석승환

쇼헤이 오타니는 수퍼 스타임이 분명하다, 경기장 팬들이 그의 움직임을 쫓느라 여념이 없었다. 우익수 쪽에서 투구 연습을 마친 후, 전 소속팀 에인절스 스즈키 감독, 잭 네토, 스태프들에게도 반갑게 다가가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고교 선배이기도 한 에인절스의 기쿠치 유세이에게도 깍듯한 인사를 잊지 않았다. 짧은 장면이었지만, 야구라는 세계가 얼마나 좁고 또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를 새삼 느끼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오타니 선수가 스즈키 감독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 가운데 다저스 트라이넨 선수도 보인다. 석승환
에인절스 잭 네토와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오타니. 석승환
기쿠치 선배에 인사를 하러 달려가고 있는 오타니. 석승환

경기전 인터뷰에서 커트 스즈키 에인절스 감독은 그레이슨 로드리게스의 복귀 등판에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오래 기다렸습니다. 애가 마운드에 서고 싶어 하는 거 잘 알아요. 어떻게 던지는지 두고 봅시다.” 스즈키 감독이 로드리게스를 처음 본 인상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크고 강한 체격, 침착함,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는 투수였습니다. 가끔 너무 많이 던질 정도로요.” 첫 등판인 만큼 긴장감이 있겠지만, “그냥 평범한 하루처럼 받아들이도록” 조언했다고 했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됐다.

그레이슨 로드리게스가 에인절스 스타디움 마운드에 올랐다. 2024년 이후 처음이었다. 관중석엔 다저스 팬들로 가득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에인절스 팬들의 마음도 하나였다 — 제발 잘 던져주길…

2년 만의 복귀 등판치고 구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패스트볼의 힘은 살아있었고, 체인지업과 커브도 순간순간 빛을 발했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 커맨드가 흔들렸고, 위기 탈출 능력에서는 확실히 아직 적응이 필요한 모습이었다.

결정적인 장면은 4회초에 찾아왔다. 다저스 9번 타자 김혜성의 타석, 1루 방향 땅볼이 굴러갔다. 1루 커버로 전력질주한 로드리게스와, 2루 송구를 노리다 1루로 방향을 바꾼 놀란 샤누엘의 송구가 엇갈리며 내야안타가 됐다. 순간의 판단이 엇갈린 그 장면이 결국 5실점의 도화선이 됐다.

경기 전, 몸을 풀고 클럽하우스로 돌아가는 그레이슨. 석 승환

야구란 스포츠는 이렇게 한 순간에 분위기가 바뀐다. 메이저리그 팀간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이하일지 모르지만, 정신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빠져든다. 최종 스코어는 에인절스 1, 다저스 10. 프리웨이 시리즈 3연패였다.

포스트게임 인터뷰룸에서 로드리게스는 먼저 마이크를 잡기 전 잠시 숨을 골랐다. 그리고 첫 마디는 성적표가 아니었다.

“먼저 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아내 매디에게. 재활 기간 동안 어두운 날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오늘 빅리그 필드에 다시 설 수 있어서, 저에겐 정말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결과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스스로를 평가했다. “패스트볼은 훌륭했습니다. 하지만 주자가 있는 결정적인 순간에 구질이 높게 떴고, 그걸 맞았습니다. 그 부분은 제 책임입니다.” 4회 1루 커버 플레이에 대해서도 자책했다. “제가 1루 커버를 더 잘 했어야 했어요. 하지만 솔직히 그 전에 제가 피칭을 잘 했으면 그 상황 자체가 없었을 겁니다.”

그러면서도 앞을 봤다. “던진 모든 공에서 몸 상태는 좋았습니다. 건강하게 마치고 나온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시즌은 아직 많이 남았고, 다음 등판을 기대하며 계속 나아가겠습니다.”

한편, 공교롭게도 정확히 18년 전인 2008년 5월 17일 오늘은, 바로 이 에인절스 스타디움에서 다저스의 박찬호(한국), 홍칩 쿠오(대만), 타카시 사이토(일본) 등 아시아 3개국 출신 투수들이 9이닝을 합작해 에인절스를 6-3으로 꺾은 날이었다.

스즈키 감독은 타선 침묵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6경기 연속 2점 이하로 득점한 것 — 그게 패턴입니다.” 쓴웃음이 배어있는 솔직함이었다. “하지만 선수들은 매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래 야구를 했지만 슬럼프엔 간단한 답이 없어요. 언젠가 한 방에 터지는 날이 올 겁니다.”

16승 31패. 에인절스의 여름은 아직 길다.

<석승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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