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멕시코 이중국적을 가진 40대 여성이 데이팅 앱을 이용해 고령 남성들에게 접근한 뒤 약물을 먹이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기소된 가운데, 미국 송환이 추진되고 있다. 연방 수사당국은 이 여성이 최소 11명의 피해자를 노린 것으로 보고 있다.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44세의 오로라 펠프스는 2019년부터 2022년 사이 데이팅 앱이나 개인적 인맥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뒤 개인정보를 빼내 은행 계좌와 사회보장연금, 은퇴연금 계좌 등에 접근한 혐의를 받고 있다.
펠프스는 오로라 벨라스코(Aurora Velasco), 오로라 플로레스(Aurora Flores), 오로라 알바레스(Aurora Alvarez) 등의 이름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FBI는 올해 2월 공개한 수배 공지에서 “펠프스는 피해자들이 모르는 사이 약물을 투여해 금융정보를 확보한 것으로 믿어진다”며 “주요 표적은 고령 남성이었지만 여성과 다른 연령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펠프스는 범행 당시 라스베이거스 거주자인 남편 윌리엄 펠프스와 결혼한 상태였다.
사건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사례는 은퇴한 미국인 로버트 어바크(Robert Erbach·67) 사건이다.
어바크는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에 주택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2021년 데이팅 앱 틴더를 통해 펠프스를 만나 약 3개월간 교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12월 어바크는 과달라하라의 하드록 호텔에서 열리는 공연에 펠프스를 초대했는데, 이것이 그를 마지막으로 본 순간이 됐다.

어바크는 이틀 뒤 과달라하라 외곽 도로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질식사였으며 당시 신분증이 없어 수사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펠프스가 이후 어바크 소유의 BMW SUV를 몰고 라스베이거스로 이동했으며, 그의 웰스파고 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2022년 1월에는 어바크의 휴대전화로부터 가족들에게 수상한 문자메시지가 전달됐다. 어설픈 영어로 작성된 메시지에는 “에콰도르로 이주했으니 더 이상 찾지 말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 펠프스는 어바크의 연금 입금 계좌 변경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노동조합 측이 본인 확인 서명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면서 추가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
수사당국은 어바크 명의 계좌 두 곳에서 5만 달러 이상이 인출된 것으로 확인했다.
FBI는 펠프스가 최소 11명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비슷한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아칸소주 출신인 펠프스는 부모와 함께 미국과 멕시코를 오가며 생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2023년 2월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한 은행에서 체포돼 살인 혐의로 기소됐으며 현재까지 멕시코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이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연방검찰은 올해 21개 혐의가 담긴 공소장을 제출했다. 공소장에는 사기, 신분 도용, 납치 등 혐의가 포함됐으며, 이 가운데 한 건은 피해자 사망으로 이어진 납치 혐의다.
멕시코 당국은 최근 미국 정부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승인했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멕시코 내 살인 재판이 언제 마무리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FBI는 펠프스로부터 피해를 입었거나 관련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라스베이거스 지부로 연락해 줄 것을 당부했다.
<김상목 기자>



